추석 연휴가 끝났다. 민속 최대 명절에 모처럼 가족과 친지가 한 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치열한 현실과 마주해야 하지만 지난 며칠간의 휴식과 정서적인 위안이 새로운 용기와 에너지로 작용되기를 바란다.

올해 추석은 유달리 즐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하는 경제난에 기인한 탓이 클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등으로 남북의 평화협력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도 한걸음 뒤였다.

국민의 불안감은 곳곳에 있다.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청년 취업난을 비롯해 자영업자들의 몰락, 치솟는 부동산 가격, 소득 양극화 심화 등 경제 분야가 온통 암흑이다. 문재인 정부의 의욕적인 정책 추진과 달리 온갖 민생 지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져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고, 집 없는 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는 장바구니 물가도 들썩여 주부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은 유통업계의 추석 장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명 백화점의 추석선물세트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다. 대형마트도 비슷한 수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소폭 상승은 올해 1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농축산물 선물 상한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조정되는 등 호재를 감안하면 웃을 수 없는 성적표다.

추석 민심의 가장 큰 요구는 경제 활성화다. 특히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민생안정 정책 추진에 여야의 협치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 국민의 아픔은 아랑곳 않고 정권 쟁취를 위한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이젠 식상할 정도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은 민심을 살피겠다며 지역구 곳곳을 누비면서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했을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들었다면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민심을 거스르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여야는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과 이후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생보다는 정치적 이슈를 부각시키며 정국 주도권 쟁탈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추석 민심을 청취한 뒤 나온 여야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평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강조했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고용참사·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주장하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실행에는 관심조차 없는 정치권에 실망하는 것도 지쳤다. 제발 이번에 만큼 현장에서 들은 여론을 외면하지 말고 민생 안정을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해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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