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가는 길]초록세상의 근간-백두산과 백두대간
[초록으로 가는 길]초록세상의 근간-백두산과 백두대간
  • 충청매일
  • 승인 2018.09.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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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과 백두산 등반은 추석을 앞두고 있던 우리 민족에게는 무엇보다 커다란 선물이자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천지의 맑은 물처럼 순수한 마음들과 천지에 비친 파란 하늘만큼 선명한 희망들이 한데 모여지는 순간이었다.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 누구나 한가지 쯤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소망은 북한을 통해 백두산에 오르는 것이다. 두 번째 소망은 백두대간 생태탐사를 거쳐 백두산에 오르는 것이다. 헌데 평화가 열리고 보니 걱정스럽긴 하다. 체력단련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환경운동 3년차 되던 때의 일이다.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불리는 충북지역 자연환경의 특징이 뭘까? 한강과 금강 유역도를 유심히 살펴보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남진하다 충북에서 꺾여 서해로 향한다는 점과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이 북진을 하다 충북에서 꺾여 서해로 향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그 큰 강줄기의 흐름을 바꿔 놓았을까? 바로 충북 도계를 따라 장엄하게 버티고 있는 백두대간 때문이었다. 그해 백두대간종합탐사를 처음 시작하게 됐고, ‘백두대간은 우리가 알리고 지켜낸다’는 사명감에 도취됐다. ‘민족적 상징’, ‘국토의 중심 생태축’, ‘문화를 구획하는 울타리’라 하는 백두대간의 3대 가치를 가슴 속에 새기며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 또한 충북의 백두대간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가치를 찾아내며 가슴 벅찬 긍지를 느꼈다. 한강·금강·낙동강 등 3대강의 분수령이며, 세 개의 국립공원이 밀집한 생태계의 보고이며, 문물의 교류를 허용한 연결통로였다는 점이다.

백두산은 한반도의 모든 산줄기의 뿌리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까지 이어진 1천625㎞의 산줄기가 바로 국토의 뼈대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을 중심축으로 정맥과 지맥, 수많은 산줄기들이 갈라져 나온다. 본래 같은 줄기로 시작해 끊임없이 갈라지며 국토의 골격을 이룬다. 산자분수령, 산은 물을 나눠준다. 서로 다른 곳에서 발원한 물은 끊임없이 모여 강을 이룬다. 강과 유역은 생명과 사람이 자리 잡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나무로 보면 산줄기는 줄기와 가지, 강줄기는 잎과 꽃과 열매들인 셈이다. 온 국토는 하나의 뼈대로 연결되어 있고, 뼈대가 빚어 놓은 유역 곳곳에 저마다 삶터를 가꾸고 살아왔다. 한반도는 우리 민족의 터전이며 백두산은 그 뿌리인 것이다. 김민기 선생의 ‘작은 연못’ 노랫말이 떠오른다. 먼 옛날 이 연못에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붕어는 싸웠고 하나가 죽었고 몸이 썩고 물도 썩어 결국 나머지 하나도 살 수 없게 됐다. 어쩌면 이 연못은 두 마리 이상의 붕어가 살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크기였는지도 모른다. 욕심이 평화를 깨트렸고 도를 넘은 분쟁은 환경을 파괴됐다. 평화는 지속가능한 삶의 전제조건이다. 남북의 정상들이 휴전선을 넘나들며 손을 잡고 마음을 여는 순간 한반도의 운명은 극적으로 전환됐다. 당면한 상황을 함께 극복하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 가기로 합심하는 순간 우리 민족은 세계 평화를 주도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열어가는 주인공이 됐다. 생각해 보면 평화와 환경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이다. 함께 사는 것, 상생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뿌리와 줄기 없이 잎과 꽃과 열매가 풍성하길 기대할 수 없다. 평화와 통일은 민족의 지속가능한 번영, 산과 강과 생명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상생의 비전을 모색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빨강도 파랑도 모두 초록으로 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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