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인 마덕필 선주의 거상이란 말에 형인 마덕출 여각주인이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형님 밑에서 배워나가 떵떵거리며 사는 거상들이 수두룩한데 형님은 그런 소리를 하시우?”

“그건 그때 얘기고, 지금은 세상도 많이 바뀌었고 장사법도 많이 바뀌지 않았는가?”

“예전에 비하면 세상도 장사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지만 이치나 근본이야 그게 거기에 있지 어디 간답디까?”

마덕출 선주는 형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형님은 얼마든지 떵떵거리며 큰소리치고 살아도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사람들을 만나면 자신을 뒤로 밀어두었다. 두 형제의 대화를 들으며 최풍원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삼개나루에 내려 번성함에도 놀랐지만, 여각에 들어서며 그 규모에 더 놀랐다. 장사꾼이 얼마나 크게 장사를 하면 저렇게 큰집을 지니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큰 장사를 하면서도 자신을 올챙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한양에는 거상들이 얼마나 많다는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가져온 물산들은 어떤 것들이 있소?”

마덕출 여각주인이 최풍원에게 물었다.

“공납 할 물산을 빼놓고도 넉넉하게 가져왔고, 공납품 외에 다른 물품들도 많이 가져 왔습니다요.”

“그 물산들은 어떻게 처분할 작정이오?”

“금만 맞으면 아무에게나 넘길 작정입니다요.”

“금이야 내일 배에 실려 있는 물산을 보고 흥정할 일이고, 품목부터 뭐가 있는지 말해보구려.”

“큰 산 나물 종류가 태반이고, 나머지는 약초들, 전분, 베가 있습니다요.”

“어쨌든 공납품 외에 잉여 물산은 내게 넘겨주시오. 여기 동생 면도 있고 하니 후려칠 수는 없고 액면 그대로는 해드리리다.”

마덕출 여각주인은 공납을 하고 남은 물산을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부탁했다.

“마 주인, 여기 최 대주 성격이 워낙에 깐깐해서 물산은 아마도 최상품만 가지고 왔을 겁니다. 그러니 잘 좀 해주시오. 그리고 마 선주가 더 잘 알겠지만 우리는 한 번 거래를 트면 다른 장사꾼들에게는 절대로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윤 왕구 객주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 최풍원이를 거들었다.

“형님, 여기 최 대주는 청풍에서 가장 큰 상전을 가지고 있고, 또 젊어서 거래를 잘 터놓으면 형님에게도 큰 힘이 될 거요! 그러니 잘해 보시우!”

마덕필 선주도 옆에서 거들었다.

“마 주인님, 이 물건 좀 한 번 보시지요.”

최풍원이 방구석에 내려놓았던 조그마한 봇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그 속에서 대전리 인삼 농사꾼 언구로부터 받은 천삼 봉투를 꺼냈다. 이미 풍기에서 온 천 씨 형제와 단양 조산촌 약초꾼 두출이에게 검증을 받은 바 있지만, 최풍원은 수많은 다양한 물산들이 모여드는 한양의 장사꾼에게도 천삼의 가격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이건 천삼이 아닌가. 이건 언제 가지고 왔는가?”

윤 왕구 객주도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이틀을 같은 배를 타고 오면서도 최풍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참 좋은 물건이네!”

마덕출 여각주인은 천삼을 보자마자 눈을 떼지 못했다.

“형님, 그렇게 좋은 물건이우?”

“좋다마다. 때깔하며, 생김새 하며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물건일세. 이제껏 장사를 하며 나도 개중에 한두 개 빼어난 천삼은 보았지만 이렇게 하나같이 잘빠진 천삼을 한자리에서 이렇게 많이 보는 것은 처음일세!”

“그렇게 좋단 말입니까?”

“이런 물건은 구경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

마덕출 여각주인의 입에서는 천삼에 대한 칭찬이 그치지 않았다.

“마 주인님, 이 천삼 금은 얼마나 나갈까요?”

최풍원은 천삼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최 대주 이런 물건이 어디서 났는가?”

“우리 동네 인근 대전리란 마을에서 나온 물건입니다요.”

“개성과 강화도 인삼은 들어봤지만, 대전리는 첨 들어보는구만!”

팔도에서 나는 물건이라면 모두 올라오는 삼개나루에서 평생 장사를 한 마덕출 여각주인도 대전리란 이름은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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