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만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올해 안에 서울에서 한 번 더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지만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세 번째 회담은 우리 한반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중대 사건으로 기록될 듯하다.

우리 측의 정상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이후 세 번째다. 하지만 역대 정상들이 방북했을 때와 현재의 시대는 많은 것이 변했고 그 사이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지났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민족이 평화와 번영의 길로 성큼 발걸음을 내 디딘 2박3일간의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첫날 평양시가지를 지나며 진행된 카퍼레이드부터 정상 간 두 번의 회담이 내놓은 결과물들은 사실상 남과 북의 종전선언으로 봐야 한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육지와 하늘, 바다에서 일체의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불가침 선언으로 평가된다. 1991년에 체결된 남북 불가침 합의서는 이후 북핵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로 사문화됐지만, 이번 합의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진전 속에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실효성 있는 군사 조치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결정할 비핵화 조치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나름 파격적 결단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종전보다 훨씬 단호한 어조로 비핵화 의지를 직접 피력했으며, 자신의 비핵화 의지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다시 한 번 진정성을 각인시키려 노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혀 세간의 의심을 불식시켰다. 이와 함께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했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명시함으로써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의지는 15만 평양시민이 지켜보는 5·1 경기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남북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19일 저녁 집단체조 공연이 열린 5·1일 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을 향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시민들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으며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여러 가지로 파격의 파격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문 대통령의 평생 소원인 한반도 안에서의 백두산 등정이 성사됐다. 백두산 천지의 맑은 풍경은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날 백두산 천지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듯이 맑아 깨끗한 천지를 볼 수 있었다.

불과 1년 사이에 남북관계가 이토록 진전될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문에서 밝힌 우리 민족의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가능성을 본 회담이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진정성과 신뢰를 확인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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