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불을 지핀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으로 국가균형발전 논쟁이 다시 시끄럽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도록 당정 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2007년 이후 생긴 60개 공공기관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지방자지단체마다 공공기관 유치에 벌써부터 전격적으로 뛰어든 모양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인구 분산, 지방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2007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총 153개 기관이 지방으로 옮겼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추가 이전이 중단되면서 주춤한 상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놓고 일부 야당에서는 ‘수도권 역차별·황폐화’ 등을 들어 반대하지만 현실을 직시한다면 주장할 수 없는 억지논리다. 수도권은 여전히 과밀화가 심화되고 있고, 지방은 소멸돼 가고 있음이 각종 통계에서 확인된다.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가 살고 있고, 1천대 기업 본사의 74%가 이곳에 있다. 반면에 지방은 인구가 급격히 줄어 앞으로 30년 내 228개 시·군·구 중 85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쇠퇴일로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중단없이 추진돼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문제는 공공기관 이전에 내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임직원 이주 현황’에 따르면 전국 10곳의 혁신도시 임직원 2명 중 1명은 가족 동반 없이 ‘나 홀로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 110개 기관 중 이전 대상 직원 2만7천114명 가운데 본인 혼자서 내려간 경우는 1만2천939명으로 47.7%에 달한다. 이밖에 배우자·자녀 등 가족 동반 이전은 1만2천937명으로 47.7%, 배우자만 동반한 경우는 1천238명 4.6%다. 충북도 혁신도시 내 10곳 공공기관 991명 중 494명인 49.4%가 가족 없이 단신 입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래서는 혁신도시가 활성화될 수 없다. 공공기간 지방이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여기에서 나온다. 가족 동반 이주율을 높이기 위한 기반 조성이 요구된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지방으로의 거주 이전을 꺼리는 것은 정주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교육 여건 미흡이 가장 크다. 수도권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고 싶어 할 만큼의 교육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한 임직원의 나 홀로 이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된 민간 기업들까지 함께 이전토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혁신도시가 지역성장의 거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효율성 높은 세부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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