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규 량  <청주과학대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지금으로부터 2천500여년전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지향했던 맹자의 문헌에 왕이 정사를 할 때도 환과독고(鰥寡獨孤)의 4부류의 사람을 우선으로 한다는 정치를 폈다.

환(鰥)이라함은 늙어서 아내가 없는 사람이고, 과(寡)라함은 늙어서 남편이 없는 사람이고, 독(獨)이라 함은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이고, 고(孤)라 함은 어려서 아비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했다.

 아울러 이 4부류의 사람은 천하의 곤궁한 백성으로 하소연할 데 없는 자들이니 문왕이 정사를 펴고 인을 베푸시되 반드시 이 환과독고를 우선으로 함을 원칙으로 삼으라 했다는 기록이 있다.

덧붙여 말하기를 부자는 괜찮겠지만 환과독고인 이들은 외롭고 고독하니 가엾은 사람이라 했다.

당시엔 복지란 말도 없었거니와 구체적으로 어떤 복지정책을 썼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뤄 짐작컨대 부자와의 비유를 통해 볼 때 빈곤문제 해결과 고독, 소외문제 해소를 위해 왕도정치를 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환과독고를 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구조상 소외계층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겪고 있는 두가지 사회핵심과제인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2천500년 전에도 겪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에도 노력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4부류의 사람인 환과독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노인과 고아로 압축된다. 孤(고아)를 뺀 나머지를 환(鰥), 과(寡), 독(獨)이라는 분류를 통해 빈곤과 고독의 노인문제를 더욱 세분화 했지만 결국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내용이다.

오늘날과 같은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은 점점 늘어나게 됐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장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양을 담당하는 주 부양자들이 산업전선에 서서 핵가족화 됐고 그들도 이어 고령자가 돼 부양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가족은 있지만 돌봐 줄 부양가족이 없는 독거노인 또는 노인 단독세대의 처지가 된 셈이다.

점점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있으나 그에 비해 사회구조는 조기퇴직이니 명예퇴직이니 해 퇴출시켜 조로(早老)현상을 낳고 있으니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는 노인은 더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미 고령화사회(전체인구 중 노인비율이 7%점유)가 됐고 곧 고령사회(14%)가 될 것이며, 전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20%이상)가 될 것을 누구나가 예견하고 있다.

게놈프로젝트니 바이오산업 육성이니 해 본래의 인간 생명체가 갖는 자연수명을 회복시켜 가는데는 박수를 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늘어난 만큼의 수명이 과연 건강수명과 행복수명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 국가는 물론 개개인조차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장수사회의 위험에 대해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 무리하게 수명을 연장해 주는데 앞장설 것인가 아니면 장수사회에 대비한 잘사는 법을 개개인에게 일깨워주는데 주력할 것인가.

지난주 필자는 일본의 노인관련 시설들을 학생들과 함께 견학하면서 독거노인을 위한 안녕제도를 볼 수 있었다. 환과독(鰥寡獨)의 독거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매일 온장고에 싣고 온 따뜻한 식사를 배달하면서 안부를 묻고 식사량을 체크하는 복지식사(福祉食事)제도를 보고 우리의 차갑고 딱딱한 밑반찬서비스와는 비교가 되질 않아 가슴이 시려왔다.

더구나 홀로 사는 노인의 자살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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