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희 청주시 청원보건소 주무관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줄곧 유지해 오고 있다. 최근 자살률 기준 우리나라는 28.7명이고, 충북은 2016년도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현재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자살은 자살한 당사자의 미래 소득 감소분만 고려하면 연간 6.5조원, 사망원인 중 암에 이어 가장 높은 규모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또 자살은 남은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특히 유가족은 일반적인 사망과는 다른 애도 과정과 심리 사회적 고통을 경험해 자살 위험이 일반인 대비 8.3배 높아진다.

자살의 원인 중 사회적 요인에 주목하는 관점에서 우리나라 자살 특성 연구 결과를 보면 실업률의 변동과 자살률 변동이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 취업상태에서 실업 상태로 변화할 때 자살 위험이 증가하고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인지는 자살률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낮은 사회통합과 계층 간 갈등이 자살률 상승에 영향을 주고 이혼의 증가, 부모-자녀 관계 소원 등 가족관계의 약화도 자살 문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도 자살 문제 악화에 한몫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높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적기에 치료받지 않는 문화 때문에 자살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도 우리나라 자살실태조사 중 자살문제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자살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가 73.9%로 자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나는 심한 불치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가 56%로 ‘정당화될 수 없지만 힘들고 이유가 있다면 이해될 수 있다’는 자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스스로가 선택한 죽음!, 스스로 죽겠다는 걸 어쩌겠어?’라는 방관자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데 바라보고만 있는 우리 사회는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대부분의 자살 시도자의 70∼80% 정도는 어떠한 형태로든 표현한다.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로는 언어적, 행동적, 상황적 신호로 살펴볼 수 있다. 언어적 신호로는 ‘죽고 싶다. 내가 없어져야 모든 게 끝날 것 같다.’등 직접적으로 자살을 암시하거나 절망감 혹은 희망 없음을 이야기하면서 우울감이나 심한 불면, 집중력의 저하 등을 호소한다. 행동적 신호로는 주변 정리 등 죽음을 준비하는 행동과 자살 혹은 자해를 시도했던 흔적이 관찰되거나 일상생활 기능이 저하되고 전과 다르게 무모한 행동을 한다. 상황적 신호로는 주변에서 보기에도 다양한 이유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거나 최근 가족이나 연인 등 소중한 사람을 상실한 상황이 있는 경우가 있다.

나의 주변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사람들이 보인다면 그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 태도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 주자.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과 의원,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위기상담 전화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이용하도록 도와주자.

자살문제가 어느 한 사람, 단체,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인 만큼 이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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