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지난달 청주에선 환경단체들이 공동으로 좀 특별한 영화 상영회를 가졌다. 세계 최대의 쓰레기 수입국, 재활용처리장으로 여겨졌던 중국 대륙에 재활용쓰레기 수입중단이라는 결단을 초래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차이나’였다.

산동지역의 작은 플라스틱 재활용공장, 그 속에서 살아가는 두 가족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직원의 딸인 11살 소녀는 일을 돕기도 하고, 동생들을 돌보며 밥상을 차리기도 하고, 쓰레기 속에서 아이들의 장난감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들은 플라스틱을 태워 밥을 짓고, 플라스틱을 가공한 물로 세수를 하며, 오염되어 죽은 물고기로 음식을 해 먹기도 한다. 소녀의 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꾸지만 하루 5달러 임금으로는 아이들 교육조차 시킬 수 없다. 플라스틱은 나뉘고 씻기고 녹여지고 쪼개지고 태워지며 정리된 후 팔려가길 기다리며 산처럼 쌓여있다. 마을 주변에 이런 공장이 5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2016년 중국은 730만t의 폐플라스틱·비닐을 수입했고, 미국, 일본, 한국과 유럽 등 전 세계의 56%가 중국으로 들어갔다. ‘플라스틱 차이나’가 방영된 후 중국은 자국의 환경오염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며 폐플라스틱·비닐을 비롯한 24개 폐기물에 대한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2018년 초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이 중단되자 우리나라에선 쓰레기 대란이 현실로 나타났다. 매년 21~23만t의 재활용쓰레기를 수출해 온 수거업체들에 재고가 쌓였고, 폐기물 단가는 하락했고, 아파트엔 수거되지 않는 쓰레기가 쌓였다. 정부가 재활용폐기물관리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지난 2월 세계 고래의 날을 기념해 그린피스필리핀은 마닐라만 해변에 플라스틱쓰레기가 가득 찬 고래조형물을 설치했다. 그 직후 스페인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고래 한 마리를 부검한 결과 뱃속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29kg이나 발견돼 충격을 안겨줬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알바트로스의 사체 사진과 콧속에 플라스틱 빨대를 지니고 살던 바다거북이의 동영상도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바다에는 지도에도 없는 거대한 섬이 만들어졌다. 북태평양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 대한민국 15배가 넘는 면적, 약 1조8천억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구성되어 있다. 쓰레기섬은 5대양 곳곳에 형성되고 있으며, 남태평양에는 펭귄이 정착해서 사는 곳도 발견됐다. 전 세계에서 매년 1조개의 비닐봉지와 4천800억개의 플라스틱 음료병이 소비되고 있다. 매년 9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모여지며, 이미 5조개 이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다. 이중 40% 이상은 한 번 사용된 후 버려진 것들이며, 분해기간은 적어도 450년 이상이다. 플라스틱 음료병은 매년 25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으며, 미세플라스틱들은 생물들의 몸에 축적되어 사람의 입으로 돌아오고 있다.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유엔환경계획은 2018년 세계 환경의날 주제를 ‘플라스틱 오염의 퇴치’로 설정했다.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5년 132.7t으로 미국 93.8t, 일본 65.8t 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우리가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Planet or Plastic? 당신은 지구와 플라스틱 중에서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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