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한방내과2 교수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린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많이 나는 환절기, 특히 건조한 가을에는 기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기침은 짧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성문이 닫힌 후, 호흡근의 급격한 수축에 의해 가슴 안쪽 공간의 압력이 상승해 성문이 열리면서 강한 호기가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가래를 뱉어내기 위한 습성 기침은 기도 내의 병변이 많고, 흔히 마른기침이라 칭하는 건성 기침은 기도 상피 등의 기침 수용기에서 직접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기침으로, 가래는 없거나 소량만 배출된다.

발병 3주 이내의 급성 기침은 감기, 알러지성 비염, 부비동염, 기도이물, 세기관지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폐렴, 흉막염 등의 급성 폐질환, 평소 가지고 있던 폐질환의 악화 또는 울혈성 심부전 등으로 인한 경우도 있다.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만성 기침이라 하는데 흡연, 약물, 울혈성 심부전, 기관지천식, 위-식도역류질환, 간질성 폐렴, 폐결핵, 만성폐쇄성 폐질환, 폐암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침을 咳嗽(해수)라 해 해(咳)는 가래는 나오지 않고 소리만 있는 것이고 수(嗽)라는 것은 소리는 나지 않고 가래만 있는 것으로 해수란 기침 소리와 가래 모두 있는 것을 일컫는다.

동의보감에서는 풍수(風嗽), 한수(寒嗽), 열수(熱嗽), 습수(濕嗽), 울수(鬱嗽), 노수(勞嗽), 식적수(食積嗽), 기수(氣嗽), 담수(痰嗽), 건수(乾嗽), 혈수(血嗽), 주수(酒嗽), 구수(久嗽), 화수(火嗽), 야수(夜嗽), 천행수(天行嗽) 등 기침의 원인과 증상의 지속기간, 심화되는 시기에 따라 16종으로 구분해 특징과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기침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 기침 양상 및 기간, 동반증상, 유발 또는 완화 인자, 과거력, 흡연력, 약물 복용력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검사를 통해 기침의 원인을 판별하고 이에 따라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 또는 대증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한의의료기관에서는 앞서 언급된 문진에 더불어 수면, 소화, 소변, 대변, 땀, 한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환자의 허실상태에 맞춰 치료계획을 세우게 된다.

기침이 낫지 않은 채로 오래 지속되면 기관지와 폐를 건조하게 만들어 기침이나 호흡곤란 상태가 점차 심해질 뿐만 아니라 우리 몸 전체가 가뭄과 같은 상태가 된다. 이때 음액(陰液)을 보충하는 한방 치료는 가뭄에 물을 대주는 것처럼 기관지를 촉촉하게 하고 마른 몸을 보(補)해주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반면 가벼운 기침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간단한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으므로 조기치료로 만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따뜻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기침 증상이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 원인을 찾고 그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