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균  < 논설실장 >

충북도는 공무원 집단의 전형을 보여준다. 흔히 공직사회를 일컬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조직’으로 표현한다.

좋게 말하자면, 시민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삼는 업무의 광역성을 강조하는 내용이고, 역할에 있어서는 오로지 공무원에게만 주어지는 배타적 독점성을 높이 산다.

비판적으로는, 공무원들이 민원인에게 법과 규정을 내세워 골탕 먹이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간을 끌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공직풍토를 설명해주는 말이다.

충북도를 보면 영락없는 공무원 사회이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 무엇 무엇을 하겠다거나, 어떠한 업적이 있노라고 자랑하는 말은 풍성한데 비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확인해 주는 성과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광역행정이 붕어빵 장사와는 달라서 수지타산을 하루아침에 따져볼 수도, 정책집행의 효과를 숫자로 표시해 주기도 어려운 게 분명하다.

영락없는 공무원 사회

하지만 이처럼 정책분석과 평가의 계량화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전체적인 충북도정 수행실적을 따져보는 일까지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충북도 스스로는 2004년 충북도정을 어떻게 자가진단 할지 모르겠으나 우수한 점수를 매기고 싶다면 자제하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2004년의 충북도정은 신행정수도로 시작해 신행정수도로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신행정수도야 말로 충북도의 정책방향과 정책추진, 대안제시 등에 대한 역량을 알게 하고, 충북도의 총체적 무게를 잴 수 있는 적절하고도 유효한 방안 가운데 하나다.

한번 보자. 신행정수도에 관한 한 충북도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미안하지만, 신행정수도와 관련해서 충북도가 하는 말과 그 결과는 매번 반대로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현실 인정의 솔직성도 부족했다.

충북도민 중에는 충북도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오송지역이 선정되도록 노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나 충북도는 복수의 후보지 발표 막판에 오송지역의 부적절성을 거론하며 바람을 잡았다.

이 시점은 이미 오송지역이 배제될 거라는 소문이 무성한 때였다. 심하게 말해, 신행정수도 최종 후보지로 연기ㆍ공주가 최적지였다고 진정으로 충북도가 확신했다면 충북도를 위시해 충북개발연구원과 충북지역의 학계, 사회단체, 언론 등이 그렇게 많은 노력과 경비를 들여 신행정수도 유치 타당성을 설파할 필요가 없었다.

이럴 바에야 충북도민들이 거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본질적 변화는 없을 것이 명백하다.

충북도가 처음에는 오송지역을 염두에 두고 도민들도 그렇게 믿었으나, 오송지역이 어렵게 되자 마치 그렇게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충북도가 선수를 쳤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오송이 깔고 앉은 터가 부족했다면 진작에 공개해 주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줬어야 한다. 지금의 신행정수도는 어떠한가.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충청권이 공분을 느끼고 있다.

할리우드 액션은 그만

충북도는 다른 충청권과 보조를 맞추며 국민투표를 통한 신행정수도 건설을 촉구한다. 이쯤되면 냉철해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충북도가 신행정수도에는 일정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본연의 도정에 충실해 주기를 강하게 주문한다.

신행정수도는 충북도가 나서건 나서지 않건 관계없이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제반 정치사회적 요인들이 하나의 법칙을 형성하며 돌아가게 돼있다. 사실인지 아닌지 현재까지 진행돼 온 과정을 돌아 보라.

되는 것도 없으면서, 되는 것인 양 적당히 묻어 가려 하지 말자. 안 되는 것을 할리우드 액션으로 되는 것처럼 포장하지도 말자. 충북도가 신행정수도로 잃은 점수를 만회할 또 다른 현안이 여럿 준비돼 있는 건 충북도에 기회이자 또 다른 위기이다.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 경부고속철도 오송역 조기건설, 청주공항 활성화,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중부내륙권화물기지, 밀레니엄 타운, 각종 양해각서 실천, 전공노 문제, 시ㆍ군과의 인사교류, 기초단체 노조, 감사거부, 청주ㆍ청원통합 찬반, 원흥이 방죽류의 갈등사안, 기초단체간 통합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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