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유례없는 폭염도 자연의 순리 앞에 사그라지고 있다. 입추, 처서 지나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가 다가오고 있다. 날 좋은 가을을 맞아 다양한 축제로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 축제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축제에 필요한 무대, 음향, 조명, 시설(텐트 등), 인력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그만큼 인프라 구축은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축제나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청주는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 행사가 연중 끊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청주의 문화예술 인프라는 부족한 편이다. 청주예술의전당, 청주아트홀이 중심에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전시와 공연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

개인의 경우 청주예술의전당이나 청주아트홀 공연장을 대관하기는 더욱 어렵다.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을 대관하지 못한 한 예술가는 개인발표회를 앞두고 공연장 섭외에 애를 먹고 있다. 소공연장 규모의 공연장도 없을뿐더러 다른 공연장은 대관료도 비싸고 개인발표회를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제2의 예술의전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회자하고 있는 이유이다. 전시 공간의 경우는 청주예술의전당에 있는 대전시실 하나, 소전시실 두 개가 전부이다. 그리고 청주예술의전당이 개관한 지 20년이 넘어 시설도 노후하다. 전시장의 경우 애초 전시공간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어서 공간 구조가 훌륭한 편이 아니며, 부속시설로 사용되는 의자나 책상은 사용할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낡았다. 여타 전시 공간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와 동부창고 34동, 대청호미술관 정도가 있지만, 숲속갤러리도 대관 경쟁이 치열하고, 동부창고는 규모가 너무 작다.

청주예술의전당의 노후 문제는 지하에 자리하고 있는 청주시립국악단 연습실이 직격탄을 맡고 있다. 천장에서 비가 새고 습하고 눅눅한 환경에 단원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다. 공간 또한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4개 단체가 사용하기에는 협소하다. 

얼마 전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을 청주시립예술단 연습장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에 지역 예술인들은 분노했고, 시는 지역예술인과 청주시립예술단 관계자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애초 지역예술인의 요구와 다른 상황으로 회의가 진행되어 파행됐다. 구체적인 시의 계획은 듣지 못했지만, 지역 예술인을 무시한 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 문제가 됐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부족한 청주의 문화예술 인프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공연장과 전시장도 더 있어야 하지만, 청주시립예술단의 독립 건물로의 이전도 시급해 보인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니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와 지역예술인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일방통행이 아닌 대화와 협의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가 하루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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