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많이 사용하지는 않지만, 정부 조직을 계선(line) 조직과 막료(staff) 조직으로 구분한다. 학문적으로 계선 조직은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조직으로 장관→차관→국장→과장→팀장 등으로 이어지는 조직을 의미한다. 한편 막료조직은 계선 조직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자문, 권고, 연구, 인사, 정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청와대 비서실, 담당관제 등이 이에 속한다. 과거의 관료제 조직은 계선 중심의 조직이지만 행정의 전문화와 변화를 강조하는 현대 조직에서는 막료 조직의 기능이 점점 중시되고 있다.

정부조직에서 최종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계선 조직이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말끝마다 경제 문제는 “내 책임”이라는 말을 자주하고 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의하면 경제 정책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과 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경제부처의 책임이지 막료조직인 청와대 정책실의 책임이 아니다.

최근 경제 상황 악화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 간에 갈등이 주요 경제 뉴스로 회자하면서 그 전면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름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권력구조를 이야기할 때 권력은 대통령과의 거리에 비례한다고 한다. 이 논리에 의하여 현재 많은 국가권력이 장차관의 계선 조직보다는 대통령과 가까이 있는 막료 조직이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조직에서 막료의 권한이 커지면 막료가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을 계선이 진다. 국가 정책을 이야기할 때 장관이 아닌 청와대 수석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역대 정권에서 자주 보았고,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권의 문고리 3인방의 횡포를 경험했다.

정부조직에서 막료 조직은 수직적이고 집권화된 관료제 조직이 가지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해주는 기능을 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부처 간에 쳐진 칸을 허물어서 조정하고, 계선 조직이 가지는 경직성이나 권력 집중을 완화해 창의적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을 조장하고, 행정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역할을 막료가 해야 할 일이다.

바람직한 행정이나 정부 운영을 위해서는 막료 조직과 계선 조직의 갈등이 아닌 협업과 공동작업이 요구된다. 이에 의하여 막료조직이 가지는 과거지향적이고 현상유지 성향을 막료조직의 혁신과 미래지향적 사고와 연결하고, 계선의 단기적 시관과 막료의 장기적 시관을 혼합할 필요가 있다.

계선 조직과 막료 조직은 그 조직의 특성과 사람의 성향에 의해 항상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갈등이 외부에 비치게 되면 국민은 불안하게 된다.

또한, 갈등을 당사자가 해결하기보다 여론의 힘을 빌거나 대통령의 권위로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막료 조직은 정책과 관련해 앞에 나서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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