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도시에 사는 사람의 관심사는 폭염이다. 올여름은 기상 관측이래 가장 긴 폭염과 열대야를 기록했다. 반면에 농촌 사람들의 관심사는 폭염보다는 가뭄이 주 관심사이다. 그러나 240만 농업인구가 걱정하는 가뭄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취임 뒤 처음으로 전남을 방문해 가뭄 피해 현장을 찾아 농민의 애로사항을 들었다는 보도자료 하나만 인터넷에서 돌아다닌다.

일반 사람들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논쟁을 하는 문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사회적 논쟁거리가 돼야 한다.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는 먼저 관련된 사람이 많아야 한다. 다음으로 그것이 사회에 주는 충격이 클 필요가 있다. 예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게 되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진다. 이외에 문제가 정치와 연관되고, 복잡하지 않고 해결방안이 있으며,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제일수록 사회문제가 되고,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문제가 된다. 농촌의 가뭄 문제는 이 정책 의제화 논리에 의하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기상학적으로 가뭄은 주어진 기간의 강수량이나 무강수 계속일수로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가뭄 정보분석센터는 전국가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기상학적 가뭄 지역은 전국에서 1개 시군만이 주의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이나 이슈화하는 매스컴은 농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해 농업적 가뭄의 심각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사회문제화되기 위해서는 충격적이어야 하나 가뭄 현상은 그 특징이 진행 속도가 느리고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것이 가뭄 문제이다. 다음으로 어떤 사회문제가 이슈화가 되기 위해서는 문제가 명확하게 정의돼야 한다. 그러나 가뭄에 대한 정확하고 보편적인 정의가 없다 보니 어떤 지역이 가뭄에 처해있고, 또 가뭄이 얼마나 심각한지 추산하는 것이 어렵다.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국민 재난안전 포털에서 풍수해를 이야기할 때 태풍,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 지진은 이야기하면서 가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직도 가뭄을 재난으로 이해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프리카나 전 세계 많은 국가의 재난이 가뭄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뭄은 피해가 광범위하고, 비용 손실이 크나 대책 수립이 어려운 문제이다. 해결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뭄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제 농민의 수가 적고, 고령화된 농민의 목소리가 줄어들어서 정치가의 관심 범위에 있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농촌의 가뭄은 단지 농촌 문제만이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작다고 등한시하게 되면 그 영향은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이번 주 태풍 소식이 있다. 태풍에 폭우가 동반하면 국가는 재난 경보를 내릴 것이다. 그러면 가뭄에 멍이 든 농민들의 가슴은 다시는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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