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전국을 펄펄 끓게 했던 더위도 좀 누그러진 듯합니다. 시간이 가고 계절이 변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듯 싶군요.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이 곧 오겠지요? 그런데 그 때가 오면 선생님의 모습을 교정에서 뵐 수 없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년퇴임이라니요? 어느새요? 선생님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서 학생들을 사랑하고 동료 교사들의 친근한 우상으로 남으시리라 믿었는데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요?

폭염보다 더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해 주셨던 선생님! 학생들만의 선생님이 아니라 동료 교사들에게도 진정한 스승의 길을 늘 일깨워주시던 선생님의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을 그렇게 기억할 것입니다. 선생님이 걸어오신 스승의 길은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그 어렵고 힘든 스승의 길을 묵묵히 실천해 오셨습니다. 수업에 임하셨을 때 선생님은 언제나 5분 먼저 교무실을 출발해 수업종과 더불어 수업을 시작하셨고 수업종과 더불어 마치셨지요. 그렇게 40년을 한결같이 수업시간을 정확히 지켜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교무실 옆 반에서 수업을 하실 때면 몇몇 다른 선생님들은 일부러 교무실 문을 열고 선생님의 수업을 듣다가 학생들과 같이 웃음을 터뜨리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재미있고 역동적인 수업이 단지 타고난 재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이 교재연구이고, 수업준비셨지요. 철저히 준비하고 미리 계획한 수업이었기에 선생님의 수업은 늘 재미있고 역동적이었습니다.

어디 수업준비뿐일까요? 선생님은 테니스로 다져진 건강한 몸으로 체력을 최선의 상태로 항상 유지하셨지요. 테니스장에서 선생님은 어떤 선수에게도 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투지를 불사르셨지요. 선생님의 그런 모습이 제자나 동료 선생님에게는 참으로 멋지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우리는 다 압니다. 선생님의 그런 체력 관리도 결국은 최선을 다하는 수업을 하기 위한 것이었음을요.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제자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은 선생님의 말없는 교훈이셨지요. 테니스장에서의 박력 넘치는 몸짓과 우렁찬 함성은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수업으로 그대로 이어졌지요.

수업에도 열심이셨고 학생들의 진로 진학 상담에도 진심이셨던 선생님! 정성을 다해 학생을 대하기에 학생들은 선생님을 믿고 의지했고, 그러기에 선생님을 찾는 학생이 줄이어 어떤 때는 날밤을 20여일씩 새우며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살펴봐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최선을 다해 스승의 길을 가시되, 상을 받거나 승진하는 일을 전혀 돌아보시지 않고 오로지 제자가 잘 되기만을 바라며 항상 당당했던 선생님! 친근했던 선생님! 그러기에 제자로부터 사랑받고 동료 교사로부터 존경 받는 선생님! 교권이 추락하고 교단이 무너진 지 오래됐지만 그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당당하고 자상하게 제자를 대할 수 있었던 선생님을 우리는 기억하고 교단을 지켜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가르치는 자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거룩한 사도의 길을 실천하신 선생님을 기억하며 흔들리는 교단을 끝까지 지켜낼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선생님!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