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행들은 어찌 되었느냐?”

“아마 지금은 청풍읍성을 지나고 있을 것입니다요. 그러니 점심 새참에는 여기데 당도할 것입니다요.”

북진본방에 제일 늦게 도착한 임방주는 조산촌 차익수였다. 차익수 임방주는 두출이와 함께 일꾼들을 데리고 조산촌 산물들을 싣고 왔다. 조산촌 차익수 임방주가 북진본방에 당도한 것은 성두봉이 도착하고도 이틀 밤이 지나고 사흘째 되던 오후였다. 차익수 임방주도 짐꾼들과 북진본방에서 몰고 간 소에 실어 상당한 물량의 조산촌 산물들을 싣고 왔다. 조산촌에서 싣고 온 물산에는 산나물도 있었지만 약초가 주종을 이뤘다.

“형님은 어찌해서 그리 늦으셨소?”

최풍원이 물었다.

“땅에서 뜯고 캐면 바로 가지고 오는가?”

“그야 아니지만, 멀리 영월에서도 죽령 너머 경상도에서도 다 왔는데 턱 밑에서 제일 늦게 왔으니 하는 말이오!”

“본래 가까이서 늦는 게 다반사 아닌가?”

“먼 데 사람들이야 길이 머니 서둘러 행장을 차리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재다 그러기 일쑤지!”

임방주들이 돌아가며 늦게 당도한 차익수에게 한마디씩 던졌다.

“그렇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우리가 받은 물목 중에 귀한 약재가 있어 그걸 캐느라 늦어진 것이라오.”

차익수가 늦어진 연유를 밝혔다.

“무슨 약촌데 약초곳에서도 구하기가 힘들었단 말이오?”

“주로 송라 같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것들을 구하느라 그리 됐고, 그것들을 손질하고 짐을 꾸리다 그리 됐다오.”

“뜯고 캐는 것도 그렇지만, 짐을 꾸리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지.”

짐을 풀고 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장사꾼들은 모두들 수긍을 했다.

“그나저나 사월 그믐까지는 두 파수가 채 남지 않았는데 저 많은 물산들을 언제 다 선별하고 짐을 싸나.”

“아무래도 우리가 선적할 때까지 남아서 거들어줘야 될 성 싶소이다.”

임방주들이 북진본방 안팎에 쌓인 물산들을 보며 걱정들을 했다.

“그렇잖아도 오늘 저녁 여러 임방주님들과 상의를 하려고 했소이다. 그런데 임방주님들이 먼저 그리해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 임방들한테도 중요한 일이니 당연히 그리 하는 것이 당연하지! 여러 임방주님들 그렇지 않소이까?”

연론 박한달 임방주가 다른 임방주들을 둘러보며 동의를 구했다.

“여부가 있겠소이까.”

“사월 그믐까지는 우리 모두 본방 일을 함께 도웁시다!”

다른 임방주들도 동의했다.

“그리고 학현 임방주님, 저승골 숯은 어찌 되었습니까?”

최풍원이 배창령 임방주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저승골에서 오기로 되어있는 백탄이 아직 당도하지 않았다.

“백탄은 검탄과 달라 공이 많이 드는 편이어서 며칠 더 시간이 필요하다네. 또 미리 만들어놓으면 습을 먹어 화력이 떨어진다고 최대한으로 선적 날짜에 맞춰 가마에 불을 넣는다네. 가마를 헐면서 연락을 한다고 했으니 그 때 본방에서 사람이나 우마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다네.”

배창령 임방주가 최풍원의 물음에 답을 했다.

이번에 선적할 숯이었다. 최풍원은 저승골 숯쟁이 남희춘에게 백탄 스무 섬을 주문했었다. 백탄은 대궐에서 음식을 할 때 쓸 땔감이었다. 이번에 저승골까지 들려 소금과 쌀과 베도 전해주고 숯 굽는 일도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지 보고 올 생각이었다. 학현 임방주 배창령이 알아서 한다고 하기에 그냥 북진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학현에서 난 산물들은 모두 들어왔는데 백탄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건 학현 배 임방주님이 책임지고 챙겨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승골로 갈 때 지난번에 주지 못하고 온 소금, 쌀, 베도 전해주기 바랍니다.”

최풍원이 다시 한 번 배창령에게 언지를 주었다.

북진본방에 모든 임방주들과 경상도 장사꾼들까지 모두 모였다. 북진본방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적은 없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산들도 이렇게 많이 쌓인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북진이 본방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최풍원이 본방을 비우고 외유에 더 치중했던 까닭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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