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참 지긋지긋하게 덥다. 엄청 덥고 계속 덥다. 더한 더위가 찾아오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이다. 최악이라던 1994년의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강원도 홍천은 41도로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시도 39.6도, 충북 충주시도 40도까지 올라갔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같은 기간 최장을 기록했다. 기상재해는 우리고장의 일이자 일상생활의 문제로 다가왔다.

폭염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북미, 유럽, 아시아 등 북반구 전체를 강타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는 48.9도, 아프리카의 알제리는 51.3도, 남유럽도 최고 47도까지 치솟았다. 지구촌 곳곳에 열사병 사망자가 속출하고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영화 ‘투모로우’를 현실에서 경험하듯,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강추위로 항공기 수천편이 결항되고 학교는 문을 닫고 도로는 폐쇄되고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호주는 50도에 이르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에 휩싸였다. 지구촌 문명의 시민들은 무려 120도의 온도 차이를 겪으며 살아가는 셈이다. 기후변화가 지구촌 전체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이라 입을 모은다.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중위도 지역에 형성된 고기압들이 정체되면서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 약해진 제트기류를 밀고 극지방의 한냉기류가 남하해 혹한을 야기한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급증했다. 300ppm을 넘지 않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400ppm을 넘어섰다.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증가한다. 빙하는 녹고 해수면은 상승한다. 바닷물의 양과 증발량이 증가하고 해류와 대류에 변화를 초래한다. 폭염, 혹한, 가뭄, 폭우 등 기상 이변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점점 더 지속되고 심화된다. 이것이 바로 기후변화다.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2100년에 4.8도 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물학자들은 3도 증가할 경우 생물종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196개국이 가입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위한 실질적 이행체제인 교토체제는 선진국 38개국만 참여했으며, 2008년이 돼서야 실행에 옮겨졌다. 교토체제 이후의 신기후체제에 대한 합의는 난항을 겪었고 2021년에 출범하는 것으로 유보됐다. 다행히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의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195개 나라가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방안을 공약하였다. 하지만 국가별 자발적 감축방안을 100% 이행한다 하더라도 지구의 온도는 4~5도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행이다.

유엔과 세계 각국의 정부가 힘을 합쳐도 부족한 상황, 그러니 70억 인류가 동시에 결단하고 자신의 생활양식을 바꿈으로써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 그것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기후변화 문제이다. 올 여름 ‘폭염 체험’ 교훈은, 에어콘의 소중함이나 전기료 납부에 부담감을 논하기에 앞서, 기후변화 문제야 말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임을 함께 인식하는 일이다. 기후가 완전히 붕괴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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