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풍원이 영월 성두봉 임방주가 가지고 온 물산 중 하나의 지게에 실려 있는 버섯의 값만 가늠해 보았다. 지게에는 언뜻 보아도 반 섬 지기 자루가 열 댓 개가 묶여 있었다. 한 자루에 다섯 관, 한 관은 여섯 근, 그렇다면 한 자루에 들어있는 버섯가루는 서른 근이었다. 생버섯 스무 근을 말려야 버섯가루 한 근이 나온다고 성두봉이 이야기했으니 생버섯으로 치면 자루 당 육백 근의 버섯이 들어있는 셈이었다. 생송이나 생능이는 한 근에 일 전이 나가고, 잡버섯은 두 문쯤 나간다고 했으니, 송이가루는 한 자루에 여섯 냥, 잡버섯은 한 냥 하고 이 전이 나가는 셈이었다. 생버섯으로 따졌을 때 그 정도이고 거기에다 말리고 찧는 공임에 영월부터 여기까지 운반한 일꾼들 품값에 북진본방에서 챙겨야 할 이득금까지 챙긴다면 받아야 할 값은 배로 늘어날 것이었다. 그러면 송이가루 한 자루는 최소한 열두 냥으로 지난 번 구휼미로 풀었던 하품 쌀로 치면 네 가마, 잡버섯은 두 냥 네 문이니 한 가마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지게에 실려 있는 자루가 열 댓 개이니, 언뜻 따져보아도 지게 하나에 쌀 스무 가마가 실려 있는 셈이었다. 엄청난 양이었다.

“성 형,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더니 대단하구려!”

최풍원도 놀랐다.

“최 대주는 그깟 걸 갖고 그러는가. 저 지게마다 실려 있는 다른 전분도 그 못지않다우! 그리고 저기 단지에 있는 건 뭔지 아는가?”

성두봉이 다른 지게에 실린 단지들을 가리켰다.

“단지들은 왜 둥개둥개 쌌는가?”

최풍원이 짚으로 싼 단지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서로 부댔기면 깨지니 싼 것 아닌가. 저기 단지들 중에는 올해 첫 꿀도 들어있고, 칡청도 들어있다네. 꿀도 그렇지만 칡청은 정말 귀한 것일세! 그나저나 우리가 가지고 온 물산 들 중에는 생소한 것들이 많아 어찌 될라나 걱정이 되는구먼.”

성두봉은 칡청의 효능을 이야기하며 자랑이 늘어졌다가도, 잘 팔리기는 할는지 걱정이 되는 눈치였다. 장사꾼이라면 당연한 걱정이었다.

영월임방 성두봉 일행이 가지고 온 물산만 해도 만만찮은 물량이었다. 문제는 임자를 잘 만나 좋은 값을 받는 일이었다. 물건이 좋은 값을 받으려면 여러 가지 궁합이 맞아 떨어져야 했다. 첫 번째가 그 물건이 사람에게 이롭고 좋아야 했다. 그러나 이롭고 좋다고만 해서 좋은 값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물건이 좋아도 그 물건이 좋다는 것을 살 사람들이 모르면 말짱 헛일이었다. 그러니 물건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또한 중요했다. 물건도 좋고 살 사람도 많으면 당연히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었다. 살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딸리면 좋은 값을 받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영월임방주 성두봉이 가져온 물건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것들이어서 어떻게 판로가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니 물건 주인인 성두봉이나 물건을 대신 팔아주어야 하는 최풍원이나 답답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 형, 없는 물건이야 팔 수 없지만, 물건이 있는데 설마 못 팔겠는가?”

최풍원이 성두봉을 안심시켰다.

“난 여기까지 가져왔으니, 이제부턴 최 대주가 알아서 하게!”

성두봉이 최풍원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영월 임방주 성두봉 뿐만이 아니었다. 북진본방 산하 아홉 개 임방주와 경상도에서 온

장사꾼들까지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이제부터는 가지고 온 모든 물산들을 최풍원에게 위탁하고 물건 값을 잘 받아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최풍원 역시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북진본방의 물산을 한양에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 최풍원 입장에서는 한양의 장사꾼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장사꾼이 서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좋은 물건을 값싸게 넘겨주어 이득을 많이 남기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반면에 물건을 내는 주인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둘 사이를 잘 조정해서 서로가 서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풍원이 할 일이었다.

“대주님, 많이 기다렸지요?”

박왕발이가 북진본방에 들어서자마자 최풍원에게 고했다.

“어찌된 일이냐?”

최풍원이 늦어진 연유를 물었다.

“그건 조산촌 임방주께 알아보시고, 저는 대주님이 걱정하실까 해서 먼저 달려왔습니다요!”

박왕발이가 최풍원의 물음에는 대답도 않고 숨이 찬지 헐레벌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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