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옛날 기(杞)나라에 걱정이 많은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잠자리에 들면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웠고, 외출을 하면 땅이 꺼질까 두려웠다. 이로 인해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수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찾아와 말했다.

“이보게! 하늘은 기(氣)가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네. 자네가 움직이고 호흡하며 하루 종일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데 어찌 하늘이 무너질까를 걱정하는 것인가?”

이에 선비가 말했다.

“하늘은 기가 쌓여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해와 달과 별은 떨어질 것이 아니겠나?”

친구가 말했다.

“해와 달과 별도 기가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네. 단지 빛을 낸다는 것뿐이지. 그리고 그것들이 행여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다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네.”

그러자 선비가 물었다.

“그러면 하늘은 그렇다고 치고, 땅이 꺼지는 것은 어떻게 할 텐가?”

친구가 말했다.

“땅이란 흙덩이가 쌓인 것이네. 자네가 서서 걷고 밟으며 종일토록 땅 위에서 살아가는데 어찌 땅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가?”

이 말에 지금껏 선비가 걱정했던 것들이 자연스레 풀렸다. 걱정이 사라지자 선비는 아주 기뻐했다. 그러자 친구 또한 따라서 기뻐했다.

며칠 후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장려자라는 선비가 웃으며 말했다.

“무지개, 구름, 안개, 바람, 비, 사계절 등은 기가 쌓여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산, 강, 바다, 쇠, 돌, 불, 나무 등은 형체가 이루어져 땅에 쌓인 것들이다. 그런데 하늘과 땅이 어찌 무너지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하늘과 땅은 유한한 사물 중에서 제일 거대한 것이다. 그것은 끝나기도 어렵고 없어지기도 어렵다. 본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이 그것을 추측하기도 어렵고 인식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하늘과 땅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것은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옳지 못한 삶의 자세이다. 이치에 따라 말하자면 하늘과 땅은 언젠가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무너질 때에야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열자(列子)가 장려자의 말을 듣고서 웃으며 말했다.

“하늘과 땅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잘못이지만, 하늘과 땅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잘못이다. 하늘과 땅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사람은 살아서는 죽은 후를 모르고, 죽어서는 살았을 때를 모른다. 태어날 때에는 죽을 때를 모르고, 죽을 때에는 태어난 것을 모른다. 그러니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것을 어찌 마음에 담아두겠는가!”

기인우천(杞人憂天)이란 기(杞)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을 한다는 뜻이다.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줄여서 기우라고 한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사람의 본분을 망각하고 사는 어리석은 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올해는 참으로 무더운 여름이다. 덥다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세월을 보내지 말고, 책 한 권 읽어서 자신의 무지와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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