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민주주의하면 대표적 연관어로 투표를 생각한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국민투표로 절대 권력의 황제가 됐고, 히틀러도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국민투표를 했다. 우리 역사에서도 권위주의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투표를 자주 사용하였다. 이는 투표가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이지만 그것이 잘못 사용되면 민주주의와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련된 사람이 많을 때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모든 사람의 합의로 결정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투표에 의한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법이다. 전자는 가장 합리적이지만 모든 사람이 합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그리고 합의는 모든 사람이 경쟁이 아닌 같은 선호를 가질 때만 가능하다. 이에 시간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차선책으로 나온 것이 투표 방법이다.

투표 방법에 가장 일반적인 것이 다수결 방법이다. 다수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안이나 후보자가 많은 경우 소수의 득표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또한, 선거에서 대안이나 후보자 간 결탁하게 되면 투표 참여자의 선호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소위 투표 역설이 발생한다. 이처럼 어떠한 투표제도도 완벽한 의사결정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애로우(K, Arrow)는 ‘불가능성의 정리’라고 부르고 있다.

단수 다수결 투표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투표자의 과반을 기준으로 하는 절대다수 투표, 과반이 없을 때 상위 득표자나 대안을 대상으로 하는 결선 투표제, 1인 2표제, 모든 대안이나 후보자를 대상으로 쌍으로 투표해 선택하는 콩도르세(Condorcet) 방법, 모든 대안이나 후보자에게 점수를 부여하여 합산하는 보르다(de Borda) 방법, 대안에 대한 수와 각각의 효용을 수치화하고 합산하는 벤담(Jeremy Bentham) 방법, 각각의 대안이나 후보자별로 찬성과 반대를 표시해 합산하는 승인 투표제 등 다양한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 모든 방법이 모두 단점을 가진다.

최근 중학교 3학년부터 적용하게 될 대입 개편 방법을 신고리 5·6호기 건설문제를 결정한 것처럼 490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투표로 결정하고자 했다. 투표의 대안은 ‘정시 45% 이상 선발’,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대학 자율’, ‘정시 확대·학종 축소’가 대상이었는데 투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갈등적인 문제를 가장 간단한 방법인 단순 다수 투표로 결정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다수결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투표의 역설과 애로우의 불가능성의 정리만 다시 검증한 모습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선출하고, 교육부를 만들어 놓은 것은 이러한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결정자가 결정하라고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지금은 그 권한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