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노후대책이다. 저출산·고령화와 경제전망 악화 등의 영향으로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기가 애초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져 국민연금 재정 상태를 우려해 국민연금공단 측은 여러 가지 제도개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단은 막대한 규모로 몸집이 커진 연금의 기금운용에 대해 책임 있게 제대로 운영했는지를 먼저 점검하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돕기 위해 입힌 손실을 비롯해 그동안 기금운용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힌 부분에 대해 분명한 책임과 조직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국민연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엄청나게 몸집을 불리며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제도도입 때인 1988년 말 기준 443만명 수준이던 가입자는 2017년 6월말 2천167만명으로 30년 사이에 5배 가까이 늘었다. 수급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제도시행 이듬해인 1989년 1천798명에 불과했던 수급자는 2017년 6월 현재 428만명에 달했다. 이런 외형적 성장에도 아직 갈 길 먼 게 현실이다. 광범위한 사각지대 탓이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가입자 및 제도 내 사각지대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 현재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2천174만5천719명 중에서 실직 등으로 당분간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고 신청한 납부예외자는 393만5천133명이었다.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는 102만8천978명에 이르렀다. 전체 가입자의 22.8%(496만4천111명)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 노후에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가입자 4명 중 1명꼴로 실직이나 휴직, 폐업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해 사실상 노후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받을 요건인 최소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 연금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반환일시금으로 돌려받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연금공단의 몸집이 커지는 동안 국민연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잃어버렸음을 의미하는 일이다. 노후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먼저 이루어졌어야 했다. 특히 연금의 고갈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도 세웠어야 한다. 노후복지차원에서 가입하는 연금이 고갈된다면 어느 국민이 연금에 가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연금제도에 고갈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온다는 게 앞뒤 안 맞는 이야기다.

40년 후의 일이라고 남의 이야기 하듯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는 단기적인 제도개선이 아니라 영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연금의무가입 나이나 연금수령 나이를 조정하는 일이 당장은 효과가 나타날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일 수는 없다. 실제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최소가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기대효과도 미흡한 데다, 지금도 임의가입제도나 추후납부제도 등 10년 이상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장치가 있는 상태에서 정책 혼선만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해 실제 법제화되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천히 하더라도 제대로 된 개선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무엇보다 연금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절대적이며 국민연금공단 조직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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