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우주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도 이것은 사람이 자아가 형성되면서 처음으로 마주치는 질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원시인들은 원시예술로 표현을 했고 철학자들은 나름대로 그럴듯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근대 과학이 대신 맡아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내려진 결론을 토대로 대중을 향해 설명서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고민에 부닥쳤습니다. 우주가 변하지 않는 외계사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의 의도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황당한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과학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입니다.

이 책은 그 동안 우주의 모습에 대해서 사람들, 특히 과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해왔고 이해했는가 하는 것을 보여준 역작입니다.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환영일 뿐인가 하는 문제를 파악하려는 시도이고, 그런 시도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변해왔고,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가를, 지금까지 나온 과학 이론의 결론을 소개한 것입니다. 읽으면서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면서도 끝까지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종교나 개인의 신비체험에서 말하는 막연한 우주가 과학자들의 엄정한 이론으로 설명되는, 그 신비하고 참신한 느낌 때문에 그랬을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내내 물질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우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구나 하는 느낌이 오래 남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간과 공간의 문제로부터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찌어찌 하다 보니 동양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인식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오래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책으로 엮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우리 철학 이야기(학민사)’입니다. 시간과 공간 문제를 인문학의 관점으로 보는 것과 과학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 접근해가는 방법과 그 방법 때문에 생기는 사유의 형식입니다. 각기 다른 독특한 인간의 사고 방식이 드러나게 되죠. 그런 점에서 시간과 공간 문제는 아무도 비켜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책을 소개하려고 보니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책꽂이를 뒤졌는데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분명히 돈을 주고 산 기억이 나는데, 내 책꽂이에는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누군가 빌려간 것이겠죠. 그리고 저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낸 것이겠구요. 인연이다 싶어서 그대로 두기로 하고 서점에 가서 뒤적거려볼 생각을 했는데, 서점에서는 아예 들춰보지 못하도록 랩으로 싸놓았더군요. 세태가 참 각박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나왔습니다.

앞서 소개한 몇 가지 자연과학에 관한 책과 더불어 읽으면 대체로 인문학 쪽에서 소홀히 한 우주 자연의 구조가 드러나서 나름대로 생각할 소재로 삼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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