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이 대규모의 투자와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경기불황과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기업투자유도와 청년고용 확대정책에 발맞춰 삼성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국민의 금쪽같은 연금을 축낸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번에 통 크게 투자와 채용계획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정부의 삼성을 비롯한 재벌개혁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삼성은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향후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역량과 스타트업 지원 경험 등을 활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한편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상생협력 방안도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으로, 특히 신규 투자액 가운데 약 72%에 해당하는 130조원을 국내에 투입해 약 70만명에 달하는 고용 유발 효과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총 투자액 180조원은 최근 5년간 삼성전자의 연평균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액인 44조원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투자액(약 60조원)을 3년 내내 투입하는 셈이다.

삼성의 투자는 신성장 산업에 집중된다.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한 분야에만 약 25조원이 들어간다. 이와 함께 삼성은 3년간 약 2만∼2만5천명 수준인 기존 채용 계획을 대폭 확대해 4만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처럼 오래간만에 대기업에서 통 큰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든가 하는 문재인 정부가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재벌개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 현재 삼성을 비롯한 국내 재벌들의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투자확대나 고용창출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 재벌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구조의 틀을 바꾸어 빈부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이 살아날 수 있는 재벌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재벌에 대한 견제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실제 이 부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산업분야에 대해 몇 가지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투자를 빌미로 벌써부터 정부에 삼성 바이오산업에서 생산하는 약값을 자유롭게 인상 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삼성의 몸집을 불리는 일에 악용 될 수 있다.

다른 여타 재벌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재판을 비롯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노조와해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다. 삼성이 스스로 개혁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은 진정으로 삼성을 좋은 기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대규모 투자도 좋지만 각종 불법탈법을 일삼았던 기업의 개혁먼저 서둘러주기 바란다. 정부는 국내 대기업의 재벌개혁에 더욱 엄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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