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며칠 전 까지 멈출 것 같지 않았던 폭염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올해 폭염은 그냥 무더위 수준이 아니라 필자가 경험한 가장 덥고 긴 더위였다.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는 것도 힘들 지경이었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 없고, 회의나 외부 약속이 없는 날에는 반바지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다. 한 낮의 뜨거워진 차를 타고 출장을 가게 되면 사우나가 따로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무더위 속에서 어떻게 뛰고 놀았는지 모르겠다.

올해가 유독 더운 것은 사실이나 대체적으로 최근의 여름은 예전보다 더 뜨거운 것 같다. 청주시내에 벚꽃이 만개 한 1주일 뒤에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 벚꽃이 핀다. 필자의 동네는 시내보다 2~4도씨 낮다. 같은 무심천 주변인데도 시내 보다 1주일가량 늦게 피는 것이다. 산을 넘어 조금만 더 들어가면 이보다 더 늦게 핀다. 근데 사실은 시골지역이 늦게 피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피는 것이고, 시내 지역이 너무 일찍 피는 것이다. 도시 지역이 확실히 농촌보다 덥고, 이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언론에서는 기후변화를 탓한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니 별다른 의심이나 당장의 해결방안을 요구하거나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내 탓은 전혀 생각지도 않는다. 그런데 정말 올해의 폭염에 나의 탓은 없는 것일까?

도시지역이 특히 더 더운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 것 같다. 1차적으로 날씨 자체가 더운 원인이겠지만, 필자는 그보다 아스팔트, 시멘트 건물, 물과 나무그늘이 없는 거리, 빽빽한 아파트, 유리로 덮인 건물, 자동차, 바람길을 막아선 건물 등으로 생긴 열섬현상이 더 큰 위험요인이라 생각한다. 도시는 온통 열을 내뿜거나 태양열을 그대로 반사하는 인공 구조물들로 덮여져 있다. 37~39도를 넘는 날씨에서 1~2도만 낮아져도 체감으로 느끼는 더위는 훨씬 줄어든다. 거기에 산골바람이 불어온다면 더욱 달라질 것이다.

도시를 원래의 자연 상태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보다는 더 환경적으로는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도시에 물길을 만들고, 나무를 많이 심고, 건물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아파트 높이를 제한하고, 버스를 타고 다니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생활을 하면 적어도 2도 이상은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힘들고 불편한 선택을 할 용기가 있느냐는 것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불편함을 겪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그컵을 보급하겠다고 하니 불편해서 싫다고 한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지만 상수원 규제는 싫고, 쓰레기 없는 거리를 원하지만 매립장은 반대하며, 폭염은 견디기 힘들어 하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은 계속한다. 폭염을 기후변화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어쩌면 나의 책임을 직면하기 싫고 불편함을 선택할 용기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홍수든 폭염이든 하늘 탓을 하기에 앞서 내 탓을 먼저 해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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