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새참 조금 못 미쳐 죽령으로 갔던 동몽회 대방 도식이와 회원들이 경상도 장사꾼들을 이끌고 대부대가 북진에 도착했다. 경상도 장사꾼들은 풍기 피륙상 천용백과 약재상 천기출 형제와 함께 온 사람들이었다. 풍기 천 씨 형제는 최풍원의 전갈을 가지고 간 동몽회 비호의 연락을 받고 물목을 취급하고 있는 풍기 피륙상과 약초상들을 모두 데리고 죽령을 넘어 북진본방으로 왔다. 이들은 비싼 약재나 피륙을 취급하는 장사꾼들이라 대부분 봇짐장수들이었다. 주로 비싼 물건들을 다루는 봇짐장수들은 보부상들처럼 짐이 무겁지도 부피가 크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물건이 무거워 근거리만 다니는 보부상과 달리 짐이 가벼운 까닭에 원행이 잦았다. 이들의 장사길은 짧게는 몇 백리에서 길게는 천리 밖까지도 장사를 다녔다. 그런 까닭에 이들은 팔도 장마당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물산들 시세에 밝았다.

“기출이 형님과 용백이 형님, 근 달포만인가요? 여기까지 오시느라 원행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최풍원이 천 씨 형제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니오. 이런 장사길이라면 먹지 않고도 하루 천리는 가겠소! 최 대주가 보내준 저 사람들 덕분에 아주 수월하게 예까지 왔다오.”

천용백이 동몽회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표정이 아주 흡족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동몽회원들의 등에는 봇짐들이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경상도 장사꾼들의 짐을 교대로 지고 온 모양이었다.

“너희들도 고생이 많았다!”

최풍원이 동몽회원들에게도 인사를 챙겼다.

“우리들이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은 값이 나가는 것들이라 항시 손 타는 것을 염려했는데 저 사람들이 지켜주니 안방 장롱 속보다도 더 안심이 되었다오!”

약초상 천기출도 동몽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데 저것들은 다 뭔겨?”

마당에 쌓여있는 산물들을 보며 경상도 봇꾼 중 어떤 장사꾼이 물었다. 그 봇꾼은 북진본방 곳곳에 부려져 있는 물산들을 보고 묻는 것이었다.

“대궐로 갈 공물들이오!”

“아니 이런 촌에서 대궐까지 물건을 들여간단 말이오?”

봇꾼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시골에 있는 본방이라 하여 그저 그럴 것이라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구려. 그런데 저 많은 물건들은 대체 무엇으로 한양까지 옮겨간단 말이오?”

“사월 그믐이 되면 저기 나루에 배가 당도할 것이외다.”

“배로 장사를 한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대단하외다!”

경상도 봇꾼은 북진본방의 장사 규모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두 형님들과 긴한 얘기는 오늘 저녁에 하기로 하고 같이 온 동업자들과 우리 북진본방부터 한 번 둘러보시구려!”

최풍원이 천 씨 형제들에게 북진본방을 구경시켜주라고 했다.

“지난번보다도 곳간이 여럿 늘었구려?”

“물산들이 자꾸 늘어나 붙여 짓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최풍원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대주님, 인사가 늦었습니다요!”

최풍원의 명을 받고 경상도로 갔던 비호였다. 최풍원과 천 씨 형제들과의 수인사가 길어져 제대로 인사를 할 수 없어서였다.

“그래, 비호도 여러 날 객지에서 고생했구나.”

“지야 괜찮습니다요. 대주님께서도 그간 무고하셨는지요?”

“그래, 경상도 장꾼들은 당도했으니 됐고, 조산촌과 영월은 어찌 되었느냐?”

아직 북진본방에 당도하지 않은 조산촌 임방주 차익수와 약초꾼 두출이, 그리고 영월 맏밭나루 성두봉이 궁금해서 물었다. 이 두 곳의 임방주들은 경상도로 길에 비호를 통해 기별을 했던 터였다.

“대주, 조산촌은 어제 우리가 죽령으로 가던 길에 단양 하진나루에서 왕발이와 동몽회원들에게 소를 한 바리 딸려 보냈습니다. 아마도 오늘 중으로는 조산촌 물건들을 싣고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식이가 비호 대신 조산촌에 대한 조치를 이야기했다.

“조산촌 임방주께도 대주님 전갈을 전하고 그리 하겠단 약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월 임방주께도 들려 그리 전하고 약조를 받았습니다. 영월에서도 날짜에 맞춰 차질 없이 오겠다 했으니 염려 놓으셔도 되리라 생각듭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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