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를 활용할 경우 폭염과 미세먼지를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좀 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 줄 가로수보다는 두 줄 이상 빽빽하게 심은 하층 숲이나 벽에 나무를 심은 벽면 숲 등 ‘입체 숲’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와 동대문구의 ‘한 줄 가로수’, ‘하층 숲 가로수’, ‘벽면 숲 가로수’의 거리에서 미세먼지 농도 감소와 기온 하강 효과를 측정했다. 그 결과 한 줄 가로수에서는 평균 1.8도, 하층 숲 가로수에서는 4.5도, 벽면 숲 가로수에서는 3.9도가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 역시 하층 숲 가로수에서는 32.6%, 초미세 먼지 농도는 15.3%가 낮아졌으며, 벽면 숲 가로수에서는 미세먼지가 29.3%, 초미세 먼지는 16.2%가 각각 낮아졌다. 이는 다른 어떤 대책보다 폭염 및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상당히 좋은 효과인 셈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에 따르면 하층 숲과 벽면 숲 가로수에서 기온이 낮은 것을 숲 지붕 층의 그늘 효과, 나뭇잎의 증산작용 효과, 하층과 벽면 숲에 의한 반사열 저감 효과 등으로 설명했다. 연구진은 “하층 숲과 벽면 숲은 단위면적당 잎 면적을 증가시켜 미세먼지를 붙잡아 주는 데 효과적이며, 가로수와 함께 미세먼지와 폭염을 완화하는 더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폭염과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가로수 식재사업은 단순한 경관조성 목적이 아닌 폭염예방 및 미세먼지 저감 대책 일환으로 변경해 시민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차단에 숲이 효과를 본다는 점을 인지하고 전국 곳곳에 도시 숲 조성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차단 숲의 전체 규모는 서울광장 잔디 면적(6천449㎡) 약 93배에 달하는 60만㎡ 규모로 추진된다. 아울러 산림에서 만들어진 맑은 공기가 도심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통로 또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바람길 숲을 7곳에 조성한다. 건물 밀집 지역과 숲지대 사이의 기압 차이로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활용해 정체된 도심 공기를 순환하고 대기 오염 피해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무엇보다 숲 조성 사업은 몇 년 안에 성과를 내기 보다는 장기적인 대책으로 꾸준히 진행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구시에 이어 전주시도 도심 곳곳을 숲으로 만드는 ‘1천만 그루 나무심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단순히 도심 녹화수준을 뛰어넘어 도심 빈 땅 곳곳을 숲과 정원으로 만들어 전주를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가든시티’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충북도도 예보시스템 구축,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보급 등 미세먼지 대책에 1조6천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보시스템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그루의 나무를 더 심는 것이다. 충북도도 중장기 대책에 도시 숲 조성 사업이 들어가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인지 세부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전국에 숲 조성사업에 시동을 건 만큼 충북도와 청주시 역시 숲 조성 사업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미래의 재앙이 될 수 있는 폭염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주민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각종 편의시설 보다 도심 곳곳에 있어야 할 울창한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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