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마디] 민지원 청주시 흥덕경찰서 기동순찰대 경장

 

전국적으로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있다. 폭염(暴炎)은 우리를 더위에 지치게 하거나 열대야로 잠을 못 자게 괴롭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통약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기까지도 한다.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교통약자다.

누구보다도 이들 중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것은 어린이다.

최근 경남 의령에서 60대 할아버지가 뒷좌석에 외손자를 태운 사실을 잊고 차에서 내려 3세 아동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며칠 후 경기도 동두천에서는 4세 아동이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미처 내리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일산에서도 6세 아동이 통학차량에 40분가량 방치됐다 구조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어린이 보호를 위한 대책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차량 내 운전자가 시동을 끈 후 맨 뒷좌석의 벨을 눌러야만 경광등이 꺼지는 시스템인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설치 의무화 △어린이집에서 중대 안전사고 발생시 즉시 시설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적용 △보육교사의 행정업무 부담 감소 및 예방교육 실효성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대책을 마련했다.

이같은 대책을 놓고 일각에서는 예산문제, 보육교사 처우문제, 인력문제 등을 이유로 그 실효성에 대해 의심을 눈총을 보내고 있다.

폭염 속 어린이 방치 사건은 매번 여름마다 발생했지만 아직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대책만 내놓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여름이 가면 이러한 사건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린이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차량내 어린이 방치 사건은 여름철이 특히 위험할 뿐이지 봄, 가을, 겨울 또한 여전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통약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동안 무관심했기 때문에 교통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폭염 속 차안에 어린이들이 방치돼있는 동안 지나쳐간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어린이를 발견했다면 끔찍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도 폭염기간 동안은 유아탑승스티커를 붙인 차량은 한번쯤 안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습관이 생겼다. 지나가는 길에 스치듯 보는 눈길만으로도 혹시나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을 싶은 마음이다.

폭염이 장기화 될 것을 예상하면 사회적 약자를 접하는 모든 사람들은 특별히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야 할 것이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온정이 전 국민들에게 널리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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