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은 서예가이자 서화사 및 금석문 연구자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역대 서화가의 사적을 모아 1928년에 펴낸 ‘근역서화징’은 서화사 연구에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미술사 연구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위창은 이와 함께 근현대 전각(篆刻)의 개창자로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단순한 신표(信標) 정도로 여겨지던 전각에 예술적 숨결을 불어넣은 인물이 바로 그였다.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도서관은 오는 27일부터 8월 26일까지 ‘위창 오세창의 전각과 서화, 컬렉션 세계’전을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공동주최해 전각 예술에 남긴 위창의 업적을 되새기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위창이 ‘8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과 관련이 있다.

전시에서는 위창이 직접 새긴 것으로 유족이 소장중인 250여과의 실인(實印)과 관련 인보 20여책, 국립중앙도서관 위창문고에 소장된 120여책의 각종 역대 인보가 소개된다.

출품작 중에는 갖가지 모양의 자각인(自刻印) 34과로 아름다운 부채꼴을 한 ‘선면인영(扇面印影)’과 12폭 와당병풍에 찍을 자각인 모음 초고인 ‘와병인영(瓦屛印影)’이 들어 있다.

이들 작품은 전각이 글씨와 금석문 세계를 넘나들며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전각은 나무나 돌, 금옥 따위에 인장을 칼로 새기는 것.

어떤 내용(印文)을 어디에(印材) 어떻게 새기느냐(刀法곹??章法)에 따라 천태만상의 작품이 나와 ‘방촌(方寸)에 새긴 우주’라고 말하기도 한다.

커봐야 손바닥만한 도장 안에 고대의 문자와 시(詩)겮?書)곂?畵)가 담긴다.

위창은 인각(印刻)뿐 아니라 상형고문(象形古文)과 와당(瓦當), 전폐(錢弊), 한인(漢印), 초형(肖形), 예서(隸書), 산수인물(山水人物)까지 구사하는 등 장르를 크게 확장시켰다. 인면(印面)에 글자를 배치하는 장법(章法)에서도 대소(大小) 경중(輕重) 소밀(疏密) 등을 자유자재로 운용했다.

인면을 새기는 칼질(刀法)은 운치를 중시하는 중봉철필(中鋒鐵筆)보다 예리함에 주목하는 편도각(片刀刻)을 구사했다. 다시 말해 전각의 삼법(三法)인 자법과 장법, 도법에 능했던 것이다.

주최측은 “위창이 전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처럼 독보적인 업적을 각 분야에 걸쳐 남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위창의 학문과 예술의 기초가 된 전각을 재조명해 그의 예술 연원을 살피려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기간에는 위창 관련 특별강좌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와 3시 30분에 마련된다. 내용은 ‘위창과 근대 서화단의 활동’(이구열 미술평론가), ‘개화파의 개화사상과 독립운동’(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장) 등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