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 물속에서 뭔가 솟구치더니 물위로 떠올랐다. 물개였다. 아까 물개가 입수를 했던 지점과는 멀리 떨어진 완전 반대쪽 절벽 밑이었다. 한참 만에 떠오른 물개가 헤엄을 치지 않고 하늘을 향해 벌렁 드러누운 채 최풍원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개의 양 팔이 파닥거리며 물보라를 일으켰다. 그러나 그 파닥거림은 헤엄치는 물개의 팔이 아니었다. 가깝게 다가오는 물개를 살펴보니 그것은 물개의 팔이 아니라 양손에 잡고있는 물고기가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강수 형님! 이것 가져다 먼길 다녀오시느라 고생하신 대주님 고아 드리시우!”

물개가 강수에게 한 발은 됨직한 잉어를 건넸다. 그 굵기가 장정 허벅지만 했다.

“네 재주를 보러 오신 대주님께 너무 약소한 것 아니냐?”

물개가 잡아온 잉어를 보며 강수가 시답잖아 했다.

“갓난애만한 황쏘가리를 잡아다 드릴깝쇼? 대주님!”

물개가 최풍원을 보며 물었다.

“아니다. 그거면 충분하다!”

“대주님, 언제든 잡숫고 싶으신 게 있으면 분부만 내리십쇼. 강바닥을 모조리 훑어서라도 뭐든 잡아다 드리겠습니다요. 그러면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제 재주를 보여드릴깝쇼?”

물개가 잘난 체 하며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개는 별명답게 물속이 땅바닥보다 편한 듯 했다. 물위에 드러누워 잠자듯 멈추어있기도 하고, 죽은 듯 엎드려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피라미보다도 빠르게 헤엄을 치기도 했다. 소용돌이를 따라 물속으로 사라졌다가는 강 가운데서 나타나기도 했다. 거북이를 붙잡고 놀기도 하고, 팔뚝만한 고기를 잡았다가 풀어주고는 쫓아가 다시 잡기도 했다. 물에서는 제 맘대로 못하는 것이 없었다.

“저 눔은 생전 물에 빠져죽지는 않겄네!”

“아마 물귀신도 물개는 당해내지 못할 거구먼!”

강 한가운데서 부리는 물개의 재주를 보며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강에서는 물개를 당할 사람이 없습니다!”

강수가 최풍원에게 물개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참이나 갖은 재주를 부리던 물개가 강가로 나왔다.

“물개야! 재주가 대단하구나!”

최풍원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도 제 재주의 반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요!”

물개가 또 잘난 체를 했다.

“이번에 공납할 물고기는 문제없겠느냐?”

“대주님, 물고기 걱정은 마십쇼! 배에 선적하기 전까지는 모두 주문량을 모두 잡아놓겠습니다요!”

물개가 자신만만해 했다. 최풍원은 마음이 놓여다. 일일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각자 맡은 일을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고 있었다. 최풍원은 그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이튿날부터 북진본방은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각 임방들로부터 공납할 물산들이 속속 북진본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물산들은 안마당에서 선별을 거쳐 대바구니에 착착 꾸려졌다. 그리고는 종류별로 나뉘어 창고에 차곡차곡 쌓였다. 북진본방 안팎에서는 사람들이 각 임방에서  연일 들어오는 산물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 대주! 우리 임방에서는 취나물과 다래순, 씀바귀 백 관을 모두 입고시켰소이다!”

연론리 박한달 임방주가 지게꾼들을 대동하고 제일 먼저 북진본방에 당도했다.

“요즘 농본기라 한창 바쁠 터에 연론 임방에서는 용케도 일을 끝내셨습니다 그려!”

최풍원이 연론 임방주 박한달에게 고마운 마을을 표시했다.

“아니요, 이게 다 최 대주의 공덕 덕분이외다. 지난 번 춘궁기에 도와준 덕택에 자기들 일도 바쁜 터에 열일 제쳐두고 우리 북진본방 일부터 해준 것이오!”

박한달 임방주는 지난 초봄, 충주 윤 객주로부터 쌀을 얻어다 굶주린 청풍 인근 사람들에게 풀어먹인 일을 들어 이야기했다.

“그야 연론 임방주게서 평소 마을사람들에게 인심을 얻은 까닭이겠지요!”

“당치않소! 고을민이 죽어나가고, 자기 마을에서 사람이 굶어죽어도 떼일 것을 염려해 관아에서도 부잣집에서도 곳간문도 열지 않았소! 그런데 북진본방에서는 아무런 조건도 붙이지 않고 고을민들에게 쌀을 풀었소. 사람들은 쌀을 얻어먹고 허기를 넘긴 것보다 자신들을 믿어준 북진본방이 고마웠던 것이오. 그래서 북진본방에서 하는 일이라 하니 고마움을 갚아야 한다며 너도나도 우리 임방으로 채취한 임산물을 가져왔소이다. 그러니 최 대주 덕분이 아니고 뭐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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