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 충주시의 경우 지난 1일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기록해 1972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보였다. 주변 지역인 청주시와 단양 제천 괴산 등도 1도 안팎으로 차이를 보이연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청주시도 낮 최고 기온이 38.3도를 기록해 1967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렇듯 충북의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이유에 대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이 있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직시해야 할 때다. 한반도에서 더위 하면 경북 대구시를 꼽았다. 오죽하면 ‘대프리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분지형태라는 도시지형 특성상 한반도에서 가장 더운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충북 청주·충주시, 강원도 홍천, 인근 의령 등지보다 대구시의 온도가 낮다. 충주시가 1일 낮 최고 기온이 40도일 때 대구시의 기온이 37도였다. 대구시로서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1996년 시작한 ‘나무심기 운동’이 있었다. 20여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당시 대구시는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에서 탈피하기 위해 3천만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대구시의 산과 공원, 도심 곳곳에 지속적으로 나무심기운동을 실시했다.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대구 도심의 나무심기운동은 명맥을 유지 했다. 이와 함께 대구시는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건천이던 샛강 신천에 정화수를 끌어들여 물을 흐르게 해 대구시의 명소로 만들었다. 도시 곳곳에 분수대를 만들고 물 뿌리기 설치 등을 통해 더위를 극복하는 정책을 20년간 지속적으로 해온 결과가 올해 같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전국 최고 더운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원인이 됐다. 숲과 물이 도시에 얼마나 풍성한지에 따라 도시민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다.

올해 민선7기로 시작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앞으로 대구시에 1천만그루의 나무를 더 심고 도시 숲 100개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이 이뤄져 대구시에 100개의 숲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도시가 얼마나 시원할 것인가 상상이 가는 일이다.

청주시와 충주시 등은 대구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구 온난화 등이 지구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일이지만 어느 부분은 인재(人災)다. 그렇다면 정부나 자치단체가 노력해 개선할 부분은 뭐든 해야 한다. 대구가 20년 만에 결과가 나타났듯이 충북 청주·충주시도 더 늦기 전에 나무심기와 도시 숲 조성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골목마다 나무 심는 방안을 마련하고 가로수 나무를 두 줄 까지 확대하는 등 도시 곳곳에 나무심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법적으로 제도화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때다.

폭염과 미세먼지 등과 같은 재앙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은 자연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무분별한 개발을 자제하고 자연환경 보전과 더 많은 도시 숲 조성만이 살길이다. 안타깝게도 청주시의 경우 있는 도시공원을 개발하고 무심천, 미호천과 같은 대형 하천 둔치의 버드나무 벌목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도시공원 개발과 하천둔치의 벌목사업이 과연 타당한지,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시행하는 청주시의 행정이 안타까운 노릇이다. 부디 폭염을 원망하기 전에 대구시의 기적 같은 변화를 목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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