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멍석물에 휘말려 소로 떠내려가 저승길 반은 간 최풍원을 천운으로 건져낸 것이 도진태 선주였다. 그때 부터 최풍원은 깊은 물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 사고 이후 최풍원은 배타는 일을 접고 청풍장에서 채마장사를 시작했다. 그 일을 시작으로 북진본방의 대주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북진본방은 이제 시작이었다.

“대주님, 오셨습니까요. 그런데 어째 예까지 납시셨습니까요?”

물개가 소에서 나와 물가로 걸어 나오며 최풍원에게 인사를 여쭈었다. 물개의 양손에는 방금 건져 올린 고기가 들려있었다.

“네가 예서 고기를 잡고 있다 해서 나와 보았다. 그런데 자갈밭의 물고기는 왜 말리고 있는 것이냐?”

“말리지 않으면 이 많은 생물을 어떻게 다 한양까지 가져갑니까요?”

“한양에 공납할 고기는 금린어인데, 어째 금린어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냐?”

최풍원의 말처럼 북진본방에서 공납할 물고기는 쏘가리였다. 쏘가리 중에서도 금리어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했다. 그런데 자갈밭에 널려있는 물고기를 보니 쏘가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보였지만 진작 금린어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황쏘가리는 생물로 가져가야한다 해서 물속에 가둬 두었습니다. 그놈은 성질이 드러워서 물이 조금만 더워도 금방 죽어버립니다요.”

“아니, 잡은 물고기를 물속에 가둬두었다는 말이냐?”

최풍원이 물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요!”

“어떻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요? 배가 들어오면 그때 보여드리겠습니다요!”

물개가 지금은 가둬놓은 금린어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금린어는 워낙에 성질이 괴팍해서 자꾸 사람 손을 타면 죽어버리기 때문이란다.

“저 자갈밭에 널어놓은 고기는 뭘하려고 그러느냐?”

“쏘가리, 잉어, 누치 같은 건데, 이번에 한양 장에 선을 보이면 어떨까 해서 한 번 해보는 겁니다요.”

“바다 건어물은 보았지만, 강고기 말린 것은 처음 보는구나.”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잡으면 예전부터 이렇게 해두었다가 고기가 나지 않는 동절기에 해먹곤 했습니다요. 여기 같은 강가에야 물고기가 흔하니 그렇지만 한양 같은 곳에선 귀한 생선이니 잘만하면 장사가 될 만도 합니다요. 산나물도 사먹는 한양 사람들이 쏘가리 말린 고기는 안 사먹겠습니까?”

물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저 고기는 네가 다 잡은 것이냐?”

“예. 사흘 동안 잡은 것입니다요.”

물개가 아무리 물속에서는 귀신이라 해도 혼자 저렇게 잡았다면 굉장한 일이었다.

“대단하구나! 네가 물질하는 것을 한 번 보고 싶구나!”

최풍원이 물개가 고기 잡는 모습을 직접 보고자 했다.

“저 물속에 있는 고기는 어떤 놈이든 제 눈에만 띄면 전부 제 것이옵니다!”

물개가 말을 마치고 나더니 소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더니 어느 틈엔가 헤엄을 쳐 쏜살같이 물 가운데로 나아갔다. 곧바로 곤두박질을 치듯 자맥질을 하더니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이 천생 물개였다. 물속으로 사라진 물개가 한참이 지나도 물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물가 자갈밭에 있는 동몽회 녀석들은 저들끼리 히히닥거리며 장난질치기에만 바빴다. 최풍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가슴 속에서 쉴 사이 없이 두근덕거렸다.

“애들아! 누가 들어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최풍원이 참다못해 동몽회 녀석들에게 소리쳤다. 그래도 녀석들은 시렁치도 않았다.

“대주님, 염려놓으셔요. 물개는 한 식경이 넘도록 물속에 있을 때도 있습니다.”

곁에 있던 강수가 최풍원을 안심시켰다.

“아무리 물질을 타고났다 해도 물고기더냐?”

“물개는 물속에서도 숨을 쉽니다. 그러니 지가 필요하면 하루 종일도 물에서 노는 놈입니다!”

“사람이 물속에서 무슨 수로 숨을 쉰다는 말이냐?”

“물개는 항상 긴 대롱을 가지고 다닙니다. 그걸로 물속에서도 숨을 쉬며 물고기를 쫓아다닌답니다.”

강수 이야기를 들으니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놓였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물속에 들어가 나오지를 않으니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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