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에 나서기가 꽤 부담스러웠는가보다. 하긴 충북도의회는 지난해 7월 기록적인 물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유성 유럽 연수를 떠났다가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전국민의 공분을 사 일부 의원은 당에서 제명까지 당하는 홍역을 치렀으니 그새 국외로 나가겠다는 말을 꺼내기에 겸연쩍기도 할 것이다.

11대 충북도의회가 출범 이후 첫 토론회 주제로 ‘해외연수 개선방안’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충북도의회가 기존 관행대로 해외연수를 가기 위해 ‘명분 쌓기용’ 토론회를 연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어쨌든 폐지할 제도가 아니라면 개선책을 찾고 공론화하는 작업은 시급하다할 수 있다.

그저께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가진 토론회에서는 지방의회 해외연수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한양대 정란수 교수는 “지방의원 연수 교육은 직무 전문성과 역할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며 “연수 프로그램이 의정활동과 연계성이 있는지, 전문가 집단의 사전 검토가 있었는지, 프로그램과 경비가 적정했는지, 보고서 수준에 대한 검토가 있었는지 철저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참석자들로부터 ‘소과제로 나눠 팀별 수행 후 결과 의정 반영’, ‘해외연수 심의위원회 역할 강화’, ‘철저한 사후 평가’, ‘국내·외 혼합 연수 도입’ 등의 제안이 쏟아졌다. 이에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은 “연수 목적에 맞는 철저한 사전계획과 적합한 연수지역 선정, 사후 연수결과 보고회 개최 등 다양한 방안들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장 의장의 공언대로 해외연수 제도를 고치고 시행하느냐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는 늘 도마에 올랐다. 지방자치제가 다시 시작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그때 뿐 대책 운운하며 개선 장치를 마련하는 듯 하다가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되돌아가곤 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무작정 탓할 일은 아니다. 취지대로 선진문물을 습득하고 우수 정책 사례를 연구해 직무역량을 강화한다면 권장하는 게 옳다. 문제는 해외연수 목적이 불분명하고 현지 일정이 관광코스 위주로 짜이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다.

지방의회는 연수 전 공무국외연수 심사위원회에 계획서를 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심사의에 막혀 해외연수를 가지 못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선 심사위 기능을 강화해 사전·사후 검증을 철저히 하고 부실할 경우 연수비를 회수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연례행사로 가기보다는 지역현안이 있을 때 관련 전문가와 사회단체, 주민이 동행하는 방법도 있다. 충북도의회는 해외연수를 재개하기에 앞서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 도민들이 공감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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