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대전대 청주한방병원 한방내과2 교수

 

무더운 여름철, 어지럼증이 느껴져도 ‘내가 땀을 너무 흘려 기운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에어컨을 너무 쐬어 머리가 아픈 거겠지’ 하며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지럼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은 이석증, 전정신경염 등 신체의 평형을 유지하는 전정기관의 문제로 인한 경우가 많고, 아찔하거나 눈앞이 캄캄하고 쓰러질 것 같은 혼미함은 뇌혈류나 혈당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물건을 잡을 때 떨리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는 등의 균형감각까지 이상이 있는 경우는 소뇌나 기저핵과 같은 머릿속의 병변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이비인후과나 신경과 진료를 통해 각종 검사를 마쳤음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는 위치감각을 주관하는 고유수용체감각의 문제나 중추신경계로 들어온 감각의 통합의 문제, 즉 심인성 원인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도 약물에 의한 경우, 두통, 피로, 소화불량, 기억력 감소 등에 동반되거나 이를 어지러움으로 오인하는 경우, 시력, 시야 등의 문제나 안경을 바꾼 이후에 발생하는 어지러움도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크게 외부적 스트레스, 음식에 의한 손상, 외상이나 과로 등으로 인한 기혈음양(氣血陰陽)의 소모 등의 원인이 몸속의 화(火)를 조장하거나 노폐물의 일종인 습담(濕痰)을 쌓이게 하거나 기혈음양의 부족 등을 유발해 어지럼증이 생기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6종 현훈이라 해 날씨의 영향과 같은 풍(風), 열(熱), 습(濕)의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경우와 담(痰), 기(氣), 허(虛) 등의 인체 내부의 문제로 나눠 어지럼증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제시하였다. 한방치료는 환자의 어지러운 양상 및 동반 증상과 수면, 소화, 소변, 대변, 땀, 한열 등의 상태를 분석해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고 그에 따라 침구치료, 한약치료, 약침치료, 교정치료 등을 선별해 시행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이는 신체 불균형 상태를 바로잡아 밸런스를 유지하는 치료방법으로서 어지럼증을 개선하고 재발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어지럼증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방법일 것이다. 평소 정신적 긴장이나 스트레스, 음주, 흡연, 지나친 성생활을 피하고 과로하지 않으며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기름지고 단 음식은 피하고 영양이 풍부하고 신선하며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화(火)와 습담의 적체나 기혈부족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 무조건 차가운 것만 찾는 것은 오히려 어지러움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적정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땀을 많이 흘리게 될 경우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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