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모습인지를 우리 자신이 알기는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전부터 해오던 짓을 계속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내 모습을 보려면 나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하는데, 이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닌 사람들이 우리를 더 정확하게 보는 수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 모습은 어떨까요? 그들의 눈이 오히려 우리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저는 박노자에게서 봅니다. 박노자는 러시아 사람인데 우리나라로 귀화했으니, 정확히는 우리나라 사람입니다. 오슬로 대학에서 한 동안 한국학 강의를 하면서 한겨레 신문에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글들을 연재했는데, 지금은 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책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지은이를 소개하려는 것입니다. 정말 우리가 무심코 지내는 것들을 아주 날카롭게 지적해 생각 없이 사는 저로 하여금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가 정말 이런 사회에서 사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사람으로 아주 강하게 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그러니 이 책보다는 이 책의 지은이를 소개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책 이후에도 여러 권 책을 낸 것으로 아는데, 그것을 구해보시기 바랍니다.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한겨레출판사, 2002),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인물과사상사, 2005), ‘당신들의 대한민국2’(한겨레출판사, 2006), ‘박노자의 만감일기’(인물과사상사, 2008),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한겨레출판, 2012), ‘좌파하라’(꾸리에북스, 2012). 이상의 제목을 보면 박노자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진보’라는 꾸밈말이 붙은 지식인 정도가 될 터인데, 그냥 진보 성향의 지식인이라면 박노자 아니라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진보 지식인과 박노자가 구별되는 점은, 그의 생각이 지닌 ‘세계성'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갇혀 살며 정신문화를 키워온 까닭에 민족주의 성향을 지니고도 그게 민족주의 성향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외국으로 나가 보면 그 민족주의 성향이 나와 남을 구별하는 편견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편견의 결과는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자신을 지구의 한 귀퉁이 코딱지만한 나라에 갇혀 사는 촌놈으로 만들고 맙니다. 박노자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가 우리의 모습으로 우리끼리 사는 데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지만,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들이 정말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저 자신에게 숨이 턱턱 막힙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으로 하여금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게 우리 자신의 모습에 돋보기를 대주는 사람이 박노자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에 기초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 스스로를 지키며 사는 사람과 그런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 아마도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노자의 글은 민주주의 시민의 당연한 상식과 권리가 무엇인가를 일깨우는 글입니다. 가장 올바른 민주주의자가 세계 시민의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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