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풍원이 돌병이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주막집 지붕 위에서 돌병이가 돌팔매질을 하고 있었다. 돌병이는 허리춤에 찬 주머니에서 잽싸게 돌을 꺼내 수산장 패거리들을 향해 연방 던졌다. 돌병이가 던진 돌은 정확하게 날아가 수산장 패거리들을 맞췄다. 그때마다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수산장 패거리들은 어디에서 무엇이 날아와 자신들을 쓰러뜨리는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때를 맞춰 호달이가 나타나 바람개비처럼 공중제비를 돌며 수산장 패거리들의 혼줄을 빼놓았다. 나귀도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장사인 용강이는 닥치는 대로 패거리들을 붙잡아 짚단 던지듯 집어던졌다. 수산장 패거리들이 검불 날리듯 사방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무쇠솥도 주먹으로 깨는 장배는 떼로 달려드는 패거리들의 머리통을 사정도 없이 치고 때렸다. 장배의 주먹에 맞을 때마다 수산장 패거리들이 으악 소리를 질렀다. 강수도 힘이 솟아 물 찬 제비처럼 날아다니며 싸움판을 휩쓸고 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싸움판은 역전이 되고, 주막집 앞 한길이 조용해졌다. 싸움은 수산장 패거리들이 동몽회원들에게 무참하게 당한 채 끝이 났다. 동몽회원들이 여기저기 길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수산장 패거리들을 끌어다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대주님,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구먼유!”

박왕발이가 최풍원에게 달려와 안부를 물었다.

“북진임방에 있어야 할 너희들이 여긴 어쩐 일이더냐?”

박왕발이와 동몽회원들이 수산장에 나타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최풍원이 물었다.

“비호 형님의 전갈을 받고 동몽회 형님들과 단양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유.”

“경상도로 넘어간 비호에게서 기별이 왔다는 말이냐?”

“대주님이 떠나고 바로 전갈이 왔구먼유. 영주와 풍기 장사꾼들과 함께 죽령을 넘어올 테니 고개 아래 대강에 와 기다리고 있으라구유. 그날이 내일이구먼유.”

“거기 경상도 물산들은 구했다 하더냐?”

“질마 얹은 소도 몇 바리 가져오라는 걸 보면 구했으니 그리 하는 것이 아닐런지유? 본래 장회나루나 꽃거리쯤 가서 자고 갈 요량이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여기서 대주님을 보게 되어 오늘은 여기서 자야겠구먼유. 그래도 내일 새벽같이 떠나면 아침나절 전에는 죽령 아래 당도할 듯 싶구먼유.”

박왕발이가 수산을 지나가게 된 연유를 최풍원에게 고했다.

“본방은 별일 없더냐?”

“예. 각 임방들에서 물산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구먼유. 장석이 형님은 사람들과 그걸 갈무리하느라 정신없구먼유. 그리고 대주님, 경황이 하도 다급했던지라 깜빡 할 뻔 했구먼유.”

“무슨 일이더냐?”

“대주님, 학현과 저승골은 들르지 않고 바로 북진임방으로 가셔도 무방할 듯 하구먼유.”

“어째 그러더냐?”

“학현 임방주와 교리 임방주가 그간 채취한 산야초들을 북진본방으로 실어왔구먼유. 그리고 나머지도 수일 내에 몽땅 가지고 오겠다고 했구먼유. 또 저승골 백탄도 잘 준비되고 있으니 염려 놓으셔도 된다는 말도 함께 남기고 갔구먼유. 그러니 굳이 대주께서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무방하겠구먼유.”

박왕발이가 그동안 북진본방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알렸다.

최풍원이 학현에 들르려고 한 이유는 이번 대궐 잔치에 쓰일 특산품 중에서 북진본방이 공납할 물산이 산나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선팔방 어디를 가나 산 좋은 나라에서 나물 나지 않는 마을은 없겠지만 청풍 역시 명산이 많아 산야초들이 풍부했다. 그중에서도 금수산 기슭 학현마을은 봄만 되면 약성 좋고 향내 좋은 나물들이 지천이어서 예전부터 인근에서는 이곳 봄나물을 최고로 쳐주었다. 그래서 특별히 학현 배창령 임방주에게 그곳에서 나는 산나물의 상당량을 부탁했었다. 아무리 학현 산나물이 좋다 해도 그것이 큰돈이 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풍원이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장사는 신용이 생명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것이 물건이었다. 비록 값나가는 비싼 물건이 아니어서 품만 많이 가고 이득이 별반 없다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장사꾼은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런데 최풍원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 학현에서 문제라도 생겨 주문한 물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낭패였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미리 점검도 하고 학현임방과 나물을 채취하는 마을사람들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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