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실행계획 문건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검토 문건은 말 그대로 검토 문건으로 A4용지 8쪽 분량이었으나 이번에 다시 공개된 A4용지 67쪽의 문건은 군사 2급 비밀 ‘대비계획 세부자료’로 계엄이 가동되었을 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겨 있어 누구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반드시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세부자료에는 단계별 대응방안,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21개 장으로 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되었을 때를 대비한 문건인 만큼 헌법재판소가 기각을 결정했을 경우 현재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는 끔찍한 문건이다.

문건에는 계엄시행 후 국회를 무력화한다는 내용이 드러났다. 계엄시행 이후 국회가 계엄해제 표결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원을 현행범 사법처리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하는 방안까지 담겼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면서까지 계엄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기무사 계엄문건은 실행 의도로 작성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당시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으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면 계엄해제가 가능하다고 언급돼 있다. 심지어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에 대비해 299명의 국회의원을 진보성향 160여명, 보수성향 130여명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기무사는 우선 여당인 당시 새누리당을 통해 계엄의 필요성과 최단기간 내 해제 약속을 하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할 계획을 세웠다. 불법시위에 참석하거나 반정부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집중적으로 검거한 후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헌법학자들은 기무사 계엄문건에 등장하는 국회 무력화 계획은 위헌적이며, 심지어 기무사 문건을 쿠데타 계획으로까지 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는 입장이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중 하나로 계엄선포권을 규정하고 있고 계엄이 선포되면 정부와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국회에 대해서는 그런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우리 헌법은 전쟁 때도 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계엄중이라 할지라도 국회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내란죄의 기본요건인 국헌문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는 견해들이 많다.

또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언론을 통제·장악하기 위한 보도검열 지침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지속해서 위반하는 매체는 등록을 취소하고 보도정지 조처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이 같은 대부분의 내용이 1980년 당시 신군부가 전국적인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대응해 계엄군을 투입한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80년대 민주화 시위와 탄핵 촛불시민혁명 간에는 많은 시대적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군부의 개입은 시대를 초월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결코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는 국민을 몰살하겠다는 계획이자 국가를 전복하려는 계획이다. 계엄문건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분명히 밝혀 두 번 다시 같은 문건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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