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동몽회원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른 패거리를 부르러갔던 놈이 한 무더기를 끌고 주막집 앞으로 몰려왔다. 수산장 패거리는 응원군이 오자 더욱 기가 살아 덤벼들고 동몽회원들은 점점 힘이 빠졌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기를 꺾는 것이었다.

“이놈들아! 이걸 봐라!”

도식이가 수산장 패거리의 기를 죽이려고 우두머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우두머리가 들리지 않으려고 사지를 버둥거리며 용을 썼지만 도식이의 완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도식이가 땅바닥에 태기를 쳤다. 수산장 우두머리가 개구도 못 치고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저놈이 우리 성님을 죽인다!”

수산장 패거리 중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수산장 패거리들이 일시에 달려들었다. 강수와 동몽회원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패거리를 막아보려고 달려드는 놈들의 옆구리를 차 넘어뜨리고, 손칼로 목을 치고, 발차기를 하고, 손바닥으로 손아귀에 힘을 실어 목줄기를 잡아 뜯고, 손바닥에 힘을 모아 돌진하는 놈을 밀어 봐도 역부족이었다. 싸움은 기술보다도 떼거리 많은 것이 장땡이었다.

“이놈들! 이 꼬라지 되려면 부진부진 자꾸 대들거라!”

도식이가 쓰러진 수산장 우두머리를 일으켜 세워 다시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빙글빙글 돌리다가 수산장 패거리들 코앞으로 던졌다. 우두머리가 날아가 살 맞은 꿩처럼 곤두박질 쳤다. 패거리들 발치에 떨어진 우두머리가 죽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큰 화근이 되었다.

“저놈들 다 죽여!”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초죽음이 된 것을 보자 패거리들의 분노가 불처럼 일어났다. 수산장 패거리들이 광기 오른 개처럼 달려들었다. 아무리 장바닥에서 싸움으로 단련된 동몽회원들이라도 떼거리로 달려드는 것은 감당하기 버거웠다. 이럴 때는 줄행랑을 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예전 같으면 그리 했을 것이다. 예전처럼 그저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이 장 저 장을 돌아칠 때는 그리 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지금은 자신들에게 지켜야 할 소임이 있었다. 북진본방 동몽회 회원으로서 본방의 물건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책무였다. 그리고 그 책무를 다하면 자신들에도 희망이 있었다. 그러니 우마와 짐을 버리고 줄행랑을 칠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 짐 속에는 수십 섬이 넘는 고가의 천삼이 있었다. 그리고 학현임방과 저승골에 가져갈 소금과 쌀, 베가 있었다. 그것을 수산장 패거리들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수산장 패거리도 자기들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어디서 굴러온 지도 모를 뜨내기들에게 당했다면 구겨진 체면은 따질 것도 없이 앞으로 장사를 해먹기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더욱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급박한 순간이었다.

“대방,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수가 도식이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이대로 버티는 수밖에 별 수 있겠냐?”

도식이로서도 별수가 있을 리 없었다.

수산장 패거리들을 얕본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한들 죽은 자식 부랄 만지기였다. 지금의 동몽회원으로서는 싸우기에도 역부족이고, 도망을 친다 해도 갈 곳이 없었다. 아마도 수산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저들 패거리들에게 붙잡혀 반송장이 되기 십상이었다. 기가 꺾인 것을 눈치 챈 수산장 패거리들이 동몽회원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대방, 본방주만이라도 피신시켜야겠어요!”

강수가 최풍원을 피신시키겠다고 했다.

“그래!”

도식이가 허락했다.

그러나 늘어난 수산장 패거리들이 둘러싸고 있어 그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낭패였다. 그때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들었다. 그러더니 앞장서 달라들던 수산장 패거리들이 손바닥으로 머리를 감쌌다.

“어이쿠!”

“으악!”

기세가 등등해 달려들던 수산장 패거리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꺼번에 서너 명씩 쓰러졌다. 계속해서 무언가 쉬지 않고 날아들고 수산장 패거리들은 비명을 지르며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형님, 저기를 보슈!”

강수가 주막집 지붕 위를 가리켰다.

주막집 지붕 위에서 누군가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한길을 향해 무언가를 던지고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수산장 패거리들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돌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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