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매일 아침 산책하기 전에 스마트 폰으로 날씨를 본다. 오늘도 기온은 어제보다 더 덥고, 초미세 먼지는 나쁨이고, 폭염 경보에 열대야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폭염, 초미세 먼지, 열대야의 삼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다음 달까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고 예보하고 있다. 이러하니 날씨가 모든 것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뉴스, 최저임금, 임대료, 수수료의 삼중고를 겪는 편의점주나 중소상인의 목소리, 생중계까지 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도 날씨 탓인지 별 관심이 없다.

일 년 중에서 가장 더운 기간을 삼복(三伏)이라 한다. 초복, 중복, 말복으로 구성된 삼복은 10일 간격으로 해 20일 동안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더위는 과거에는 특별한 더위로 여겼던 오뉴월의 이른 더위와 9월의 늦더위가 일상화되면서 20일의 삼복은 음식점의 마케팅에만 있게 됐다.

더위의 정도를 보면 대개 2단계로 구분한다. 절기에서 일 년 중 본격적 더위가 시작한다는 소서(小暑)는 작은 더위이고,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무덥다는 날을 큰 더위란 의미의 대서(大暑)라고 한다. 기상청은 6~9월에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폭염 주의보를 발령하고,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에는 폭염 경보를 내린다. 더위를 2단계로 구분한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더위 정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예로 ‘가마솥을 달굴 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처럼 몹시 더운 날씨를 이르는’ 가마솥더위, ‘뜨거운 김을 쐬는 것 같이 무더운 더위’를 표현하는 찜통더위,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쬘 때 더위’를 표현하는 불더위, 불볕더위 또는 땡볕 더위,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표현하는 무더위는 어느 것이 더 더운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우리에게 더위 정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더위 먹어서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살인 더위로 표현하는 정도이다.

예년에 흔히 있던 더위인데 점점 더위가 별나게 느껴지고, 더위의 정도를 구분하지 않고 가마솥, 불볕과 같이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반도 기온의 상승, 도시화 등의 결과도 있지만, 현대로 올수록 더위를 이기는 내서 지수가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선조는 사흘 동안 땡볕 아래서 서 마지기 피사리만 하면 더위를 모른다고 하고 있다.

지금처럼 35도를 오르내렸던 80년대나 90년대까지 우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과 부채로 한여름을 지냈다. 부채와 선풍기 바람은 더위와 공존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나, 에어컨은 더위와 인간을 단절하면서 살아가게 한다. 이처럼 더위와 공존하지 않고 더위를 이기려 하는 오늘날의 피서법이 과거보다 더 더위 타령만 하면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