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그간 청풍도가 비호 아래 잘해처먹고 살았지만, 오늘부터는 다 끝난 줄 알거라!”

도식이가 수산장 우두머리와 패거리들에게 소리쳤다. 그 왁왁거리는 소리가 버래기 터지는 소리 같았다. 도식이가 자신 앞으로 다가오자 수산장 우두머리는 그나따나 부실한 다리가 땅에 얼어붙어 움직이지를 못했다.

“어디서 굴러온 뜨내기 놈들인데, 우리 장에 와 거정을 피우느냐!”

수산장 우두머리가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니들 심보를 보다 못해 버르장머리 고치러온 저승 악귀들이다!”

도식이가 저고리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수산장 우두머리 앞으로 점점 다가섰다.

 야, 이놈들아! 니들은 우리 동네사람들이 타지 사람한테 이리 당하는데도 가만히 보고만 있느냐!”

수산장 우두머리가 둘러서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뭇 위협하는 투였다.

“남의 것을 얻어먹으려면 지 껏도 풀어야지. 이제껏 지 껏 내 껏 할 것 없이 지 혼자 다 해처먹고 도와달라고 하네.”

“이번 기회에 수산장에서 저놈들 낯짝 좀 안 봤으면 좋겠구먼!”

“암은! 그런데 저들은 누구래?”

“그건 알아 뭐할려구. 아무라도 수산 패거리들 혼내주니 속이 다 시원하구먼!”

수산장 우두머리는 급해서 사정을 하는데도 장사꾼들이나 동네 사람들이나 구경꾼들 중에서 수산장 패거리들을 도와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니 눔이 그동안 얼마나 인심을 잃었으면, 니 눔 고향에서도 편드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꼬?”

도식이가 황소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수산장 우두머리 멱살을 잔뜩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멱살 쥔 두 손을 바싹 위로 치켜 올렸다. 도식이의 완력에 수산장 우두머리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두 발이 들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 버둥거렸다.

“컥! 컥!”

수산장 우두머리의 얼굴빛이 시뻘게졌다. 도식이가 움켜잡은 멱살에 목젖이 눌렸는지 말도 못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만 냈다.

“안 되겄다! 저 누룩돼지부터 잡아치우자!”

최풍원네 마소와 짐을 빼앗으려고 감싸고 있던 수산장 패거리들이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꼴을 보자 한꺼번에 도식이를 향해 덤비려고 했다.

“저기는 우리 형님 소관이다. 니들같은 조무래기들이 낄 자리가 아니다!”

동몽회원들이 수산장 패거리를 막아섰다.

“여긴 우리 장터다! 니들이 뭔데 남에 장터에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우리 형님을 내려놓고 당장 수산장을 떠나거라!”

수산장터 패거리들이 당장이라도 가로막고 있는 동몽회원들을 밀어제치고 당장이라도 도식이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너희들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전에는 수산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동몽회원들도 수산 패거리들에 맞서 대거리를 했다.

“니들 몇몇은 쫓아가서 애들을 몽땅 일루 데리고 오너라!”

“형님, 알겠구먼유!”

수산장 패거리 중 동몽회원과 맞서고 있던 어떤 놈이 제 패들을 주막집 앞으로 모두 데리고 올 것을 지시했다. 아무래도 싸움판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빨리 결판을 내지 않으면 싸움은 여러모로 최풍원 일행에게 불리해질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강수야! 애들과 함께 그 놈들을 모두 날려버리거라!”

최풍원과 함께 싸움판이 돌아가는 판세를 보고 있던 강수에게 도식이가 패거리들을 치라고 명령했다. 강수가 도식이의 지시를 받자마자 뛰어나와 마소를 감싸고 있던 수산장 패거리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얍!”

강수가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공중을 날았다. 그러더니 눈 깜박할 틈도 없는 사이에 발질로 앞에 서있던 두 녀석의 가슴팍을 단번에 찼다. 이를 신호로 동몽회원들도 수산장 패거리들을 하나씩 맡아 다루기 시작했다. 어떤 놈은 서로 드잡이를 하다 땅바닥을 뒹굴며 싸우고, 어떤 놈은 겨루기를 하듯 이를 응시문채 노려보며 대치를 하고, 어떤 놈은 저 보다도 큰 놈에게 달려들어 목을 틀어쥐고 바닥에 쓰러뜨리려 용을 쓰고 있었다. 동몽회원들이 둘러메치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쓰러뜨려도 워낙에 숫자가 딸리다보니 한 사람이 몇 사람을 상대해도 수산장 패거리들을 감당하기 힘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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