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 도식이가 동몽회원들에게는 마소를 가져오라 하고, 강수에게는 수산장 패거리 중 우두머리인 듯한 나이든 사내를 손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자신은 최풍원과 함께 뒷짐을 진 채 벌어지는 광경만 지켜보았다. 강수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수산장 우두머리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수하들에게 우리 물건을 곱게 넘겨주라 하시오!”

“어린놈이 어디서 이래라저래라 하느냐?”

수산장 우두머리는 강수의 왜소한 몸집을 보더니 얕잡아보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의 물건을 빼앗는 도적이 어른 행세는 하고 싶소?”

“뭐여 도적!”

“남의 물건을 이유도 없이 빼앗으면 그게 도적놈이지, 도적놈이 별거겠소이까?”

“도적놈이라구! 어린놈이라 타이르고 말려 했더니,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지 안되겠구나!”

수산장 우두머리 사내가 핏대를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한 번 고쳐 보슈!”

강수가 거북이 목 빼듯 얼굴을 내밀었다.

“이거나 먹어라! 이놈아!”

수산장 우두머리가 느닷없이 강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래가지고 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슈?”

강수가 서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얼굴만 슬쩍 돌려 우두머리의 주먹을 피했다.

“대가리에 쇠똥도 안 마른 놈이 제법이구나!”

수산장 우두머리가 주위 구경꾼들을 둘러보더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강수의 멱살을 잡으려고 달려들었다. 강수가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훌쩍 뛰어오르며 달려드는 수산장 우두머리의 정수리를 두 손으로 짚고는 공중제비를 쳤다. 그 바람에 수산장 우두머리는 강수의 가랑이 밑을 빠져나가는 꼴이 되었다. 공중제비를 친 강수가 수산장 우두머리 등 뒤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수산장 우두머리가 상황을 파악 못하고 잠시 동안 두리번거렸다.

“우헤헤헤! 지 등 뒤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러게 눈 뜬 장님일세. 상대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고.”

“지 등 뒤도 모르는 놈이 그동안 남의 등은 얼마나 처먹었는고…….”

“그러게 말여. 그동안 그렇게 장바닥을 돌아치며 유세를 부리더니 오늘 아주 임자를 만났구만!”

“옹골짜구먼!”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들 고소해했다.

“제발 버르장머리를 좀 고쳐주시우!”

강수가 수산장 우두머리를 보며 약을 올렸다.

“이누무새끼를 당장!”

수산장 우두머리가 뿔따구를 내며 소 뜸배질하듯 달려들었다. 강수가 달려드는 수산장 우두머리를 피하며 도끼로 나무를 찍듯 발뒤꿈치로 놈의 허벅지를 찍어 찼다. 수산장 우두머리는 다리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한쪽 다리를 제 맘대로 쓸 수가 없었다. 수산장 우두머리가 왜가리처럼 한쪽 다리를 들고 겅중겅중 뛰었다. 그 꼬락서니를 보고 구경꾼들이 와르르 웃었다. 사람들 웃는 소리에 부아가 머리끝까지 치민 수산장 우두머리가 강수를 노려보았다. 허벅지에서 찌릿찌릿한 통증이 불처럼 화끈화끈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강수의 꿈치차기 한 방으로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설설 기며 일어서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사꾼들은 달랐다. 평생을 거친 장바닥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며 버티고 살아온 거친 인생들이었다. 그렇게 쉽게 기가 꺾이고 주저앉았다면 아비귀환 같은 장터에서 이제까지 버텨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시골장마당 장사꾼이라 해도 장사꾼은 질겨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수산장 우두머리는 온몸으로 전해지는 통증에 한 쪽 다리를 절면서도 강수를 해넘기려고 달려들었다.

“강수야! 끝내거라!”

동몽회 대방 도식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강수는 피하기만 할 뿐 대거리를 하지 않았다. 달려들면 피하고 또 달려들면 피하기만 했다. 강수는 이미 끝난 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리 나오너라!”

도식이가 답답한 듯 강수를 물러나게 하고 싸움판으로 나섰다.

“누룩 도야지같은 네 놈은 또 뭐냐!”

수산장 우두머리가 배불뚝이 항아리처럼 퉁퉁한 도식이 생김새를 보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강수에게 당해 기가 꺾인 데다 당당한 도식이를 보고는 기가 질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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