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옛날 어느 고을에 가난한 사내가 살았다. 그는 자신의 낡은 수레에 남의 짐을 실어주고 먹고 사는 처지였다. 하루는 운이 좋게도 무거운 짐을 맡게 되었다. 고개 넘어 건너 마을로 전해주는 일이라 운임도 제법 두둑했다. 사내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부르며 짐을 싣고 떠났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느덧 산길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산길에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산길을 오르게 되면 숲이 우거져 한낮임에도 어둡고 종종 이리가 나타나 사람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혼자서는 못 오르고 여럿이 무리를 지어 올라야만 했다. 그러나 사내는 시간이 급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산길을 올라야 했다. 고개를 오를 때에는 앞에서 수레를 끄는 것보다 뒤에서 수레를 밀고 오르는 것이 힘이 덜 들었다. 그래서 사내는 수레를 밀면서 오르고 있었다.

중간 쯤 이르렀을 때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이게 웬일인가? 이리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사내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저리가지 못해! 이놈, 내게 가까이 오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하지만 이리는 갈 생각을 않고 사내와 일정 거리를 두고 경계하면서 뒤따라왔다.

단지 소리만 지르면서 부지런히 수레를 밀고 올라갔다. 갑자기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리가 사내의 한쪽 엉덩이를 덥석 물은 것이었다. 그 순간 수레를 놓으려 했으나 짐이 무거워 도리어 자신이 수레에 깔릴 것만 같았다. 엉덩이는 뜨끔거리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수레를 밀면서 이리에게 뒷발질을 해댔다. 하지만 이리는 사내의 엉덩이를 물고는 좀처럼 놓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가 마침내 고개에 닿았다. 사내는 엉덩이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 재빨리 수레를 세워두고 이리를 쫓으려 뒤돌아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리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숲속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는 이리가 보였다. 사내는 그때서야 엉덩이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런데 엉덩이 한쪽 살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고개에 닿기 전에 이리가 여유롭게 살을 다 베어 먹었던 것이다. 사내는 그때서야 숲으로 달아난 이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야, 이 나쁜 놈아, 당장 내 엉덩이 살을 돌려줘!”

이 고사는 송나라 무렵에 포송령이 지은 소설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있는 이야기이다. 

아랑지구(餓狼之口)란 굶주린 이리의 아가리라는 뜻이다. 상대의 곤란한 처지를 이용해 사기 쳐 먹는 악랄한 놈들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사회 곳곳에 이런 이리 같은 놈들이 득실거린다. 일단 돈을 벌게 해준다거나, 가정의 행복을 지켜준다거나, 공연히 이익을 준다고 하면 그런 자들은 이리가 분명하다. 대꾸할 가치도 없다. 줄행랑이 상책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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