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저녁 식사를 가볍게 마치고 오랜만에 산책길에 올랐다. 아파트를 끼고 훌륭한 산책로가 이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핑계로 자주 찾지 못했던 지라 오늘만은 꼭 한 바퀴 돌겠다고 마음먹었다. 산책로는 가경천변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아직은 초저녁인데도 벌써부터 여러 사람들이 산책로에 있었다. 여름이긴 하지만 해가 지고 나서 선선해진 탓인지 모두가 활기차 보였다. 산책로 옆으로는 운동기구들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다. 기구들을 이용해 열심히 운동하는 분들의 모습도 보인다. 필자도 기구를 이용해 거꾸로 매달려 보았다. 무릎과 허리 관절이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거꾸로 된 세상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다. 평소 바로 선 풍경만 바라보다 거꾸로 된 세상을 접하고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하늘을 발밑에 둘 수도 있다니!’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꾸로 매달려서 운동을 즐기던 필자는 다시 산책로를 걸었다. 산책로는 복대교 위에서 끊겨 있었다. 신호등을 기다리던 필자는 주변을 살피다가 다리 밑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하고 계단을 이용해 밑으로 내려갔다. 산책로는 다리 밑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초등학교를 끼고 이어진 산책로를 걸을 때쯤에는 땅거미가 짙게 드리웠다. 몸집이 작은 강아지에 목줄을 하고 같이 걷는 아주머니가 곁을 지나갔다. 반려견과 같이 걷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문득 길옆으로 줄지어 서있는 살구나무로 눈길이 옮겨졌다. 살구나무는 1994년에 식재된 것으로 약 7Km에 걸쳐 3천여 그루가 심겨 있다고 한다. 탐스럽게 익은 살구가 보인다. 필자는 문득 지난 봄 가경천변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살구꽃의 행렬이 떠올랐다. 옅은 홍색의 꽃잎이 눈처럼 날리던 꽃길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가경천변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걷다보니 길은 다시 다리로 끊어졌다. 주변을 살펴보니 이번에는 계단 대신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는 게 보였다. 보행하는 길이 끊어짐이 없도록 경사로를 만든 노력에 고마움을 느꼈다. 경사로를 지나 한참을 더 걸었다. 군데군데 정자가 눈에 띄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정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필자는 다시 운동기구가 설치된 장소에 이르렀다. 이곳에서도 많은 분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필자도 이들을 따라 몇 개의 기구를 이용해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그때 문득 ‘안녕하세요?’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필자가 봉직하고 있는 학교의 선생님이셨다. 운동복 차림의 선생님을 직장 밖에서 다시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 선생님도 산책길을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산책길의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떤 아주머니는 훌라우프를 돌리고 있었고, 어떤 젊은이는 마라톤 복장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여전히 활기차 보였다.

산책길을 걸으며 필자는 생각해 보았다. 도시를 가꾸고 사랑하는 일은 결코 지방자치단체나 공무원들만의 책임만은 아니다. 우리들 모두가 삶의 터전을 함께 가꾸고 아낄 때 도시는 우리에게 삶의 활력을 준다. 예쁜 산책길을 위해 애쓴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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