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얏! 홍삼이라고?”

“바른대로 말하거라! 이것이 어디서 난 것이냐?”

사내놈들이 장팔규를 다그쳤다.

“난, 몰려유!”

“성님, 나이를 보아하니 이런 물건을 가지고 다닐 장사치는 못 되오. 아마도 주인이 따로 있는 듯 하우다.”

팔뚝을 물렸던 사내가 그 중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놈에게 말했다.

“네 주인은 어디에 있느냐?”

“난, 몰려유!”

장팔규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놈, 안되겠구나. 얘들아! 이놈도 우마도 다 끌고 우리 주막으로 가자!”

제일 나이 들어 보이는 놈이 패거리들에게 명령했다.

장팔규가 안된다며 막아보려 했지만 사내들의 완력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사내들이 장팔규를 제치고 내려놓았던 쌀과 소금 섬을 다시 길마에 지우려 할 때였다.

“뭘 하는 놈들인데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느냐?”

동몽회 대방 도식이었다. 도식이와 강수가 장거리를 가로질러 주막집을 향해 잰걸음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팔규야, 무슨 일이냐?”

“아이구 성님! 이자들이 다짜고짜 나타나서는 절 윽박지르며 우리 짐을 끌고 가려하는구먼유!”

장팔규가 강수를 보자 반색을 했다.

“뭘 하는 사람들이오?”

강수가 사내들에게 물었다.

“우리 수산장을 관장하는 장꾼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사내가 나서며 자신들 신분을 밝혔다.

“장꾼이면 제 물건이나 관장하지 남의 물건에는 왜 손을 대느냐? 도적놈들이냐?”

도식이가 사내들을 겁박했다. 사내들도 도식이의 당당한 몸집을 보고 등등하던 기세가 좀은 꺾였지만 물러서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도적놈이라니? 우리는 엄연히 청풍관아의 허가를 받고 수산장을 관리하는 장꾼이란 말이다!”

“내 말은 장꾼이면 니 장사나 하면 될 일이지, 남의 물건에는 왜 손을 대느냐 이 말이다! 당장 우리 마소에서 떨어지거라!”

도식이가 우마에 짐을 싣다가 엉거주춤 서있는 사내들에게 소리쳤다. 주막집 앞 한길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수산장을 관장한다는 사내들의 패거리가 속속 모여들었다. 패거리가 늘어나자 나이든 사내의 기세가 한층 더 등등해졌다. 거기에다 주막집 앞 한길에는 다 저녁에 생긴 좋은 구경거리를 보기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거기 그냥 있거라!”

나이든 사내가 최풍원의 마소 옆에 서있는 패거리에게 그대로 있을 것을 명령했다.

“이 촌것들이 혼구멍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도식이가 소맷자락을 걷으며 두 손바닥을 탁탁 쳤다. 그리고는 느릿느릿 나이든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패거리들이 사내와 우마를 둘러싸고 대거리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래도 도식이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한발두발 다가섰다.

“도식이구나.”

최풍원이었다. 그제야 최풍원과 동몽회원들이 주막집 안에서 나왔다.

“대방 형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도식이가 걸음을 멈추고, 최풍원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무슨 일이냐?”

“수산 촌것들이 여기 장을 관장한다며, 우리 물건에 손대려하기에 손을 봐주려하는 참입니다요.”

도식이가 전후 사정을 최풍원에게 고했다.

“무슨 일이오?”

최풍원이 패거리들을 향해 물었다.

“당신이 이 우마 임자요?”

나이든 사내가 되물었다.

“그런데, 왜 그러시오?”

“저 우마에 실린 쌀과 소금, 그리고 베, 황기와 홍삼 주인이오?”

“그렇소!”

“홍삼은 어디서 난 것이오?”

“풍기에서 사오는 것이오!”

최풍원은 대전에서 언구가 신신당부하던 것이 떠올라 얼른 둘러댔다.

“수산장에서 쌀과 소금을 거래하려면 우리한테 장세를 내면 되고, 베와 황기를 거래하려면 청풍도가에 미리 허락을 받아야하고, 홍삼은 절대 장꾼들이 팔고 살 수 없소. 홍삼은 무조건 청풍도가에 넘겨야 하오!”

“그런 되지도 않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오? 우린 그런 법을 지킬 생각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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