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청풍도가처럼 횡포를 부리지는 않을 거요. 아직은 우리 북진본방이 청풍도가의 상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청풍 곳곳에 임방들을 가지고 있고, 멀리 영월 안동까지도 거래를 튼 장사꾼들이 있소이다. 또 충주 윤 객주 상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소. 윤 객주 상전은 한양의 경강상인들과도 거래를 하는 거상이오. 이번 우리 북진본방에서 공납하는 대궐 물산들도 윤 객주 상전을 통해 하는 것이오. 그러니 만약 잘못된다 하더라도 내가 책임지겠소이다!”

최풍원이 언구에게 단단히 약조를 했다.

“이봐 언구! 지난번에 내게 청풍도가 몰래 빼돌려놓은 특상품 천삼이 있다 하지 않았는가?”

수염쟁이 약초노인이 언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까발렸다.

“어르신,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러시우. 누가 듣기라도 하면 워쩌려구…….”

언구가 깜짝 놀라 집 주변을 살폈다.

“형씨, 걱정마시오! 여기 주변에 있는 젊은이들은 모두 우리 북진본방 사람들이오!”

최풍원이 언구를 안심시켰다.

“그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게서 천삼 받았단 말은 절대 하지 마시우! 약조할 수 있겠소이까?”

언구가 불안한 마음에 재차삼차 확인을 했다.

“그건 염려 놓으시오!”

최풍원이 다시 언구를 안심시켰다.

최풍원의 다짐을 몇 번이나 받은 후에야 언구가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창호지로 만든 봉지를 가지고 나왔다.

“이건 정말 좋은 천삼이유! 내가 홍삼을 찌며 그 중에서도 제일 좋은 놈으로만 빼서 모아놓은 거유. 한양에 가도 이보다 더 좋은 천삼을 구하기는 어려울 거유!”

언구가 봉지 안의 천삼을 꺼내 보이며 자신만만해 했다.

“정말 좋으네. 나도 이제껏 많은 삼을 봐왔지만 이렇게 빼어난 천삼은 구경을 해보지 못했네! 쪽 고르게 뻗은 두 다리 하며 몸통 하며 뇌두 하며 천상 사람 형상이구먼. 또 때깔은 어떤가. 이렇게 색이 잘 빠진 천삼도 첨이여. 구경만 해도 약이 될 것 같어!”

수염쟁이 약초노인도 언구가 내놓은 천삼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형씨, 이건 얼마나 되는 거요?”

“두 근은 실이 넘을 거유.”

“그런 얼마나 되는 거요?”

“최소한 쌀 쉰 석은 되지 않겠슈?”

“이런 물건은 값을 정하기 어렵슈. 임자 잘 만나면 부르는 게 값이지!”

“이거 내게 넘겨주시오! 그러면 내가 중개를 해서 좋은 값을 받아주겠소이다!”

“여기 어르신을 믿고 하는 거래니 잘 좀 해주시구려! 다시 한 번 또 당부를 하지만 내가 준 천삼이란 말은 절대 하지 마슈!”

언구는 그게 자꾸 마음에 걸리는 눈치였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 염려 마시오. 그리고 천삼 대금은 공납 끝나고 원하는 물품이나 돈으로 해주겠소이다.”

최풍원 일행은 언구와 비밀리에 거래를 마무리하고 대전을 떠나 수산으로 향했다. 최풍원이 북진본방을 떠나기 전 도식이에게 시켜놓았던 일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왕발이를 통해 청풍도가 무뢰배들이 수산장에서 진을 치고 뭔가 꾸미고 있다는 전갈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동몽회 대방 도식이가 수산장에 들어와 비밀리에 그들의 동태를 살펴보고 있을 터였다. 본래는 대전에서 도둑바위 계곡을 타고 내려가 장회나루나 내메나루를 건너 학현 저승골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산장에서 청풍도가 놈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확연하게 알지 못하고 학현으로 간다면 뒤가 미심쩍고 켕겨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최풍원 일행은 서튼으로 해서 가마티를 지나 적곡 고개를 넘어 수산장에 당도했다. 해가 길어졌다고는 해도 아침 일찍 송계 구레골을 떠나 용바위, 덕산, 도기, 대전을 거쳐 수산까지 왔으니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수산장에 도착하니 날은 이미 어둑해진 상태였다.

그래도 장석이와 둘이 장사를 할 때와 비교하면 동몽회를 결성하고 난 후 장사도 훨씬 수월해졌다.

충주 윤 객주로부터 받은 물산을 산지까지 옮기고 또 맞바꾼 곡물들까지 밤을 다투어 직접 북진까지 옮겨야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무엇보다도 산지에 쌓아놓은 곡물들을 지키고 옮기는 것이 큰일이었는데 동몽회원들이 함께 지켜주니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최풍원이 동몽회원들과 함께 수산장거리 주막에 들어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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