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길  < 주성대학 전임연구원·문학박사 >

시험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부정행위이다. 부정행위의 수법도 다양하다.

시험지를 유출해 미리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경우, 시험장에서 커닝하는 경우, 볼펜 속에 커닝페이퍼를 만들어 놓는 경우, 여학생은 치마 속에 감춰 놓는 경우, 대리시험을 보는 경우, 앞자리의 학생에게 보여달라고 금품을 주는 경우 등 각양각색의 수법, 발상이 다 동원되곤 한다.

이 수법도 점점 발전해 오늘날에는 조직적인 사이버 범죄로 바뀌었다. 이번 검거된 수능 부정행위자는 광주 180여명을 비롯해 서울, 충남, 전북, 전남 등 82명을 합치면 262명을 넘어선다.

어느 교직자는 선생님이 잘못 가르친 탓이라며 ‘내 탓’이라고 석고대죄 한다고 하지만 어찌 교직자의 탓만일 것인가.

다양한 평가방법 동원해야

수능 부정행위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은 시험지 이외에 다른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평가하는 것이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중국의 신발 제조업체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3천여명이나 되는 직공들이 저녁에 퇴근할 때면 철밥통 도시락에 신발을 넣어 훔쳐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신발 한 켤레 값이 한 달 월급과 같으니 그럴 만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짜낸 방법이 경비원을 둬 퇴근 시 검색을 강화하게 하고, 새로 창고를 단단히 짓고, 철통같이 지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열 명의 경비원이 한 사람의 도둑을 잡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점점 경비원의 수는 늘어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마침내는 경비원들 자체가 도둑집단으로 변해 짜고 훔쳐 가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러한 예를 드는 것은 부정행위자를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게 됨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만약 신발 한 켤레의 가치가 거의 없다고 한다면 아무리 쌓아 놓은 들 누가 가져가기나 할 것인가.

우리는 수능에 너무 많은 가치부여를 하고 있다. 수능 하나로 좋은 대학에 입학해 그 간판으로 일생을 결정하고자 한다. 그러니 그럴수록 수능 부정행위자는 늘어만 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수시 모집이 생기고 난 후 고 3만 되면 학교공부가 다 끝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시험보고 진로 결정했으니 할 일 다한 것으로 여겨 수업진행이 안 된다고 교사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우리는 초등학교를 들어가는 순간 평생 시험에 목숨걸고 있다.

정말로 시험에 목숨을 건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실은 시험지에 목숨을 거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쪽집게 과외선생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시험은 그 날의 기분과 건강상태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학문을 수능이라는 대학입시 단 한 번으로 평가받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목적보다 과정을 중시하자

시험은 집중과 효율성을 요구한다. 몇 년간 시험공부 더 한다고 고시에 합격되는 것이 아니듯이 단기간에 집중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 성적은 올라간다.

즉, 벼락치기 공부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발의 방법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수능 부정행위자를 잡으려고 머리를 짜내기보다는 그 시간에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키우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평가 기준을 세워 초등학교 때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서 해 온 여러 가지 평가결과를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봄직하다.

이 순간에도 한국의 교육에 실망을 느껴 외국으로 나가는 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가 돼 교육이 목적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면서 삶에 필요한 진정한 교육과 학습으로 다양한 평가를 하는 것이 수능부정의 근절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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