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의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 영동군이 인구 5만명 사수에 더는 연연해하지 않기로 해 눈길을 끈다. 인구 5만명은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들에게는 일종의 마지노선 같은 수치다. 인구가 5만명 이하로 떨어질 경우 지자체는 실·과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예산보조금(교부금) 기준도 인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재정자립도가 빈약한 지자체일수록 교부금 의존도가 커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지방 지자체가 인구를 늘리거나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영동군도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인구 증가에 민·관이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5만 인구가 턱걸이하던 지난 10년간 공무원을 인구 유치 최일선에 내몰며 행정력을 집중했다. 공무원 1인 1명 전입운동을 비롯해 1마을 5명 전입운동, 전입자 지원금 지급, 농촌총각 결혼자금 지원, 인구정책팀 신설 등 다양한 인구 증가 시책을 추진했다.

관내 군부대와 대학교의 협조를 받아 전입자 출장 신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한계에 부딪혀 지난달 기어이 5만명이 붕괴됐다.

전국 시·군 226개 중 52개 지자체는 인구가 5만명이 되지 않는다.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만 집계하면 5만명 이하 지자체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또 앞으로 이런 지자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30년 내에 기초지자체 228곳 중 85곳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농어촌 지역은 초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활력을 잃고 서서히 고사(枯死)해 가고 있다. 숫제 가임여성(20∼39세)이 없는 마을도 많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겼고, 대낮에도 인적을 찾기 힘든 마을이 부지기수다.

농촌 지자체의 인구 감소는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교육, 의료, 문화 등 공공서비스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역간 경제적, 사회적 자원이 불평등하다보니 더 나은 곳으로 이주해 가는 것이다.

지방소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당장 농촌 지자체들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은 일반적이고 국제결혼 비용 지원, 무료 공립학원 운영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공무원들이 해당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면 승진 등에서 혜택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인구 늘리기는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영동군은 “공무원 등에게 인구 유치 목표를 할당하는 등의 강제적인 전입시책은 펴지 않겠지만 대신 미래 먹거리 창출과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 인구를 유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군의 바람대로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방은 국가공동체를 지탱하는 뿌리다. 젊은 계층을 붙잡을 수 있는 양질의 정책들이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 발굴되고 지원돼야 한다. 대도시가 부럽지 않은 삶의 인프라가 구축되고, 젊은이가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을 만들 때 지방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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