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전국이 문화도시로 지정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청주시 역시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까지 다양한 참여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동부창고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공간 조성 사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문화10만인클럽은 지역 문화·예술에 무관심했던 시민을 표면 위로 끌어내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문화를 만드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문화는 유형의 자산보다는 무형의 자산에 가깝다. 오래된 건물이나 유적지가 아닌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역사와 정신의 산물이 곧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이다. 문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는 것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몫이다.

별별하이틴은 청주시 중·고등학생들과 예술 활동을 함께 하며 청주의 문화를 배우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3개월 동안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분야 선생님과 함께 익히고 나누고 느끼며 나에 대해, 친구에 대해, 나의 주변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들은 매주 사자춤 연습에 몰두했고, 장구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연극 연습을 했다. 처음 접해보는 사자춤에 아이들은 다리에 알이 배고 서툰 몸짓에 웃음을 짓기도 하고 하루하루 늘어가는 자신의 춤사위를 대견해하기도 했다. 지난달 결과발표회를 끝으로 별별하이틴의 수업은 끝이 났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은 했지만, 짧은 기간 아이들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발표회의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모든 우려를 무색하게 할 만큼 아이들은 장구, 그림, 문집, 연극, 사자춤 모든 것을 훌륭하게 해냈다. 발표회를 지켜보면서 저 아이들의 가슴 속엔 무엇이 자리했을까. 이번 활동으로 인해 아이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지니게 됐을까 궁금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학교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우연한 기회에 청주시 연합 문학회에 나가게 되었고 매주 일요일이면 잔디밭에 둘러앉아 문학이야기를 했다. 사실, 문학이야기보다는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것이 더 좋았다. 졸업한 선배들에게 듣는 세상 이야기도 좋았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좋았다. 그 시절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됐고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별별하이틴에 참여한 아이들도 이 시간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단순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선택하고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성적이나 취직, 명예나 부를 쫓는 삶 이외에 문화와 예술을 통해 삶이 행복해질 수 있고 나와 이웃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문화와 예술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청주문화도시의 주인으로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청주의 문화를 지키고 창조하고 발전시켜 나갈 사람은 바로 우리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