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비가 그쳤다. 유리창을 타고 흐르던 빗물이 사라졌다. 이른 새벽 휴대폰이 울린다. 옛 직장 동료의 딸이다. 잠결에 받았더니 흐느끼며 아빠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 슬프다. 알겠다고 말하고 곧 가보마하고 전화를 끊었다. 애석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떠난 사람은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슬픔은 금새 심상해져서 일상으로 돌아가 전념한다.

우주를 떠돌던 그는 방문지를 이 지구라는 별을 선택해 찾아 왔었다. 순간의 긴 여정을 즐기며 흔적을 남기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많은 과정을 거치며 보고 듣고 느끼며 활동했던 곳이다. 그 기간 동안 형성됐던 가족, 친지들을 남기고 다음 방문지를 찾으려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육신을 타고 무럭무럭 자라나 학교를 다니며 친구를 사귀고, 함께 소풍하며 성장한다. 그러다 또 다른 방문객을 만나 가정을 만들고 그 가정 속으로 또 다른 방문객을 초대한다. 가족이다. 서로 소중함을 나누며 굳게 울타리를 두르고 그들만의 가정을 성장시켜 나간다.

방문기간 동안 렌트해 타고 다니던 육신에 이상이 감지되면 병원에 들러 진찰받고 치료한다. 힘들어 몸져누우면 휴식을 주어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몸에 좋다는 각종 영양가 있는 식품들을 섭취해 가며 철저히 관리한다. 기왕 렌트해 타고 다니는 몸이라 애지중지 아끼며 관리한다. 아끼고 사랑하던 가족을 떠나 우주로 돌아간 그는 지구에서 있었던 어떤 기억조차도 남김없이 버리고 다음을 준비한다. 그가 떠난 자리엔 남겨진 자들의 슬픔만이 자리하고 있다. 침통해하며 조문객을 맞이한다. 애잔하다. 떠난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몸부림친다. 다시는 만나볼 수 없기에 슬퍼한다. 그가 있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인데 우리는 슬퍼한다. 슬픔은 남은 자들의 몫인가 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떠난 사람을 마음속에 접어두고 바쁜 일상에 시달린다. 그러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며 그리워한다. 흘러간 빗물도 돌아오게 마련이다. 강물이 되고 바다로 흘러들어 다시 하늘에 올라가 빗물이 된다. 그것이 우주의 순환원리이다.

바다 넘어 우주로 떠나간 그는 지금까지 잠시 지구에 들렸다 다시 우주를 떠돌고 있다. 다른 별을 찾아 떠날 것이고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 우주의 순환원리 이다. 이 세상에 왔다 돌아갈 땐 모든 것을 돌려주고 가야한다. 다음을 준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패자로 가지 말고 승자로 돌아가야 한다.

장례를 모두 마치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슬픔을 정리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일상을 준비하는 그들이 아름답다. 모든 슬픔은 가슴에 묻고 이제 남겨진 가족들을 서로 안고 가야 한다. 생각의 바다 속으로 모든 것을 떠나  보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생활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떠나보내면 또 다른 가족이 찾아온다. 예쁜 아기의 모습으로 방문객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우리들의 인생은 그렇게 멈추지 않고 순환되며 살아가고 있다. 태어나고 돌아가고 끊임없이 돌아간다. 해가 나다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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