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녹음방초(綠陰芳草)’의 유월이다. 지난 18일은 중국에서 세 번째 맞는 ‘단오절’이다. 학교로부터 올해도 ‘종쯔’와 ‘녹두떡’을 받아서 맛있게 먹었다.  단오가 되면 찹쌀가루를 갈잎으로 싸서 삼각형으로 만들어 찐 ‘종쯔’를 즐겨 먹는다. 전국시대 충신 ‘굴원(屈原)’이 국론분열로 나라가 패망하는 것을 보고 비분강개해 ‘멱라강’에 투신자살했다. 이를 본 어부들은 물고기들이 그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도록 음식을 갈잎에 싸서 강물에 던졌던 음식이 오늘날 즐겨먹는 ‘종쯔’가 됐다. 

중국에서 단오는 거국적으로 치러지는 ‘애국행사’이다. 단오절 행사를 통해 14억 중국인들의 역량을 결집시킴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용선(龍船)대회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6월이면 우리에겐 ‘6·25’가 있다. 필자가 세상에 태어나서 최초로 기억되는 것이 ‘6·26’다. 전 가족이 마을 뒤편 뒷골자기로 피신해 토굴생활을 하며, 밤이면 집에 두고 온 돼지에게 밥을 주려고 형을 따라갔다. 송아지만한 어미가 새끼를 출산했는데, 더위를 먹었는지 끙끙 앓고 있는데, 새끼들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앙증맞게 이리저리 뛰놀던 모습이 생생하다. 1967년에 6·25 당시 초등학교 여교사의 슬기로 북한군을 섬멸했다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전장과 여교사’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난다. 엄앵란 김진규 주연의 이 영화는 ‘여교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6·25’를 어떻게 볼 것인가? 가끔 논란이 되기도 한다. ‘6·25’는 2차 대전 후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은 군인들이 참전해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이다. 자유수호를 위해 16개국의 연합군 60여만 명이 참전해 4만여 명이 전사했고, 중국은 ‘항미원조’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100여만 명이 참전하여 30여만 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만약 중국이 참전 안했다면 오늘과 같은 분단은 없을 것이다. ‘북침’이냐 ‘남침’인가?  북한이 남쪽을 침범한 ‘남침’이라는 것은 학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는 정설이 되고 있다.

이 전쟁에는 모택동의 큰 아들도 참전해 사망했다. 수상 주은래는 애통한 이 소식을 아버지에게 말할 수가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보름만에야 겨우 말하니, 아버지(모택동)는 망연자실해 피우던 담뱃불이 손가락까지 타들어 가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비참한 것이 전쟁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근래에는 판문점에서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싱가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악수하는 등 화해 기류에 밀려 뇌리에서 사라져가는 ‘6·25’가 안타깝다. 중국에선 단오절 내내 TV를 통해 ‘중국꿈, 나의꿈’이라는 등 거국적으로 ‘국가관’을 고취시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싶다. 남북간의 화해 기류를 깨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6·25’는 아직도 살아있는 생생한 역사적 교훈이다. 이를 통해 전후세대들에게 ‘국가관’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교훈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며칠 후 필자가 귀국하면 우선적으로 할 일이 있다. 귀여운 손자의 손을 이끌고, 필자가 대학 1학년 때 보았던 영화 ‘전장과 여교사’의 역사적 현장(충주시 신니면 동락초등학교 소재 ‘김재옥기념관’)을 국가관 교육의 일환으로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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