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요?”

“그날 저녁에 김 판서네 산지기가 집으로 들이닥치더니 팔규 아부지를 다짜고짜 포박해가지고는 끌고 갔다는 거요.”

“관아에서 나온 포졸도 아닌데 포박을 했단 말이오?”

“여기서는 거기가 관아요! 아니, 어쩌면 거기가 관아보다 더 무서운 곳일 수도 있다오!”

“설마 관아보다 더 무서울라고요.”

“관아에서는 아무리 죄를 진 죄인이라도 자초지종을 말할 기회는 주잖우? 그런데 거기는 잡혀갔다하면 무조건 자기들이 생각한 대로 다 뒤집어씌우니 더 무서운 곳이지 뭐겠소이까?”

“잡혀간 팔규 아부지는 어떻게 되었소?”

“어떻게 되긴 뻔한 것 아니요. 김 판서네 집으로 끌려갔는데 주루막을 보여주더니 다짜고짜 멍석말이부터 하더라는 거요. 잘못했다고 죄를 용서해달라고 빌어도 막무가내로 매타작을 하더라는 거요.”

버들쟁이 구 씨가 장팔규 아버지가 잡혀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를 소상하게 설명했다.

“아부지는 초죽음이 되어 왔어유. 아무리 남의 물건을 훔친 죄인이라 해도 어떻게 사람을 그리 험하게 다룬단 말이유. 아부지 꼴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김 판선지 나발인지 낫으로 목을 치고 싶지만 내 힘으로는 어찌 할 수도 없고…….”

장팔규는 힘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버들쟁이 구 씨네 마당에 모인 구레골 사람들은 팔규 아버지를 저리 만든 것에도 김 판서의 속셈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산을 뜯어먹고 살면서 세를 바치지 않고 속이려다 들키면 그 모양이 된다는 것을 마을사람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했다.

결국 팔규 아버지는 산삼도 몽땅 빼앗기고 매를 맞아 장독으로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다. 주변 마을 사람들은 팔규 아버지 이야기만 전해 듣고도 억울해하기보다는 두려움에 오금이 저렸다.

“이러다 우리가 만드는 바구니에도 세를 붙이지 않을까 걱정이라오.”

“설마 그깟 바구니에도 세금을 붙일라고?”

“우리가 베어오는 대나무는 김 판서네 산에서 나는 것 아니오? 대바구니가 잘 팔린다고 소문이이라도 난다면 그러고도 남을 인사요!”

버들쟁이 구 씨는 김 판서의 만행이 자신들의 대바구니에도 미칠까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숱한 날들 가운데 오늘 하루라도 고달픔을 잊고 배부르게 먹으며 잔치를 벌이려다가 김 판서와 장팔규 아버지 일로 분위기가 그렇고 그렇게 되었다. 최풍원은 장사라는 것이 단순히 물건만 팔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 장사를 하려면 세상에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었다.

“강수야, 괜찮을까?”

“대주님 무슨 말씀이온지?”

최풍원의 편치 않은 마음을 알아차리고 동몽회 강수가 물었다.

“내일 우리는 덕산으로 떠나야하는데 여기 남겨둘 아이들 말이다.”

최풍원은 내일 덕산으로 수염쟁이 약초노인을 만나러 갈 참이었다. 그런데 한양으로 올려보낼 물산들을 담을 바구니가 완성되려면 하루 이틀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었다. 그래서 동몽회원 두어 명과 소 한 마리를 구레골에 남겨두었다가 바구니가 완성되면 그것을 싣고 북진본방으로 운반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바구니를 싣고 가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구레골에 와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대바구니를 싣고 가다 김 판서네 사람들과 부닥치기라도 한다면 낭패였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만약 바구니를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북진본방으로서는 낭패 중 낭패였다. 북진본방이 처음으로 한양에 선보이는 물산들이었다. 성심을 다복해 티끌만한 거슬림도 없이 공을 쏟아 보내야 할 물건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물산들을 싼 겉모습도 보기 좋아야 했다. 그러려면 구레골 바구니가 꼭 필요했고, 이를 북진본방까지 무사히 가져가는 것이 참으로 중요했다.

“대주님, 그런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시우. 동몽회원 두어 명이면 여기 장정들 다 해넘기고도 충분하오!”

강수가 최풍원을 안심시켰다.

그래도 최풍원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매사는 불여튼튼이었다. 하나하나 짚어나가지 않으면 큰일을 그르칠 위험이 컸다. 큰일이 어그러지는 것은 작은 일에서 비롯되는 법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일이 문제가 되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장사를 하다 보니 비일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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