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참패했고 정의당은 정당투표에서 높은 지지를 받아 오히려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이번 선거는 남북 평화분위기와 북미정상회담 등과 맞물려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전투표와 함께 역대 지방선거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정치인을 뽑는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권리이행에 대한 국민의 의지가 매우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정치판에 던져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번 선거는 과거 서울시 무상급식의 사례처럼 진보와 보수를 확연히 가를 정책 대결구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과거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북한의 도발이라는 이념구도도 등장하지 않았다.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이라는 해묵은 대결구도가 사라지면서 유권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에 참여할지, 선거에 임한 후보자들은 분명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헌정사상 유례없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촛불혁명이 발생했고 그로인해 새 대통령이 탄생해 지난 1년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70년 묵은 남북의 이념갈등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도출해 한순간에 불식시켰으며, 사상 처음으로 북미회담이 개최되면서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에서 해방된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왔지만 국민은 이러한 변화에 재빠르게 순응하고 있는 중인 반면, 보수 정당들은 오히려 이 같은 분위기를 외면하거나 비판해 왔던 것이 이번 선거의 참패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탄핵으로 인한 촛불시민혁명에서 대선에 이르는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지방선거로 인해 이제야 마무리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점은 자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남북정상이 만나고, 세기의 회담이라는 북미정상이 만나 70년 냉전체제가 해체되는 격동의 시대가 지나고 있는 와중에, 보수 정당들은 70년 전의 냉전적 패러다임에서 한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시대의 도도한 변화에 걸맞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보수 정치인들은 70년 전의 생각에 멈춰 있는 것이다. 남북이 변하고, 세계가 변하고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는 때 오히려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대선에서 함께 경쟁했던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각 보수 정당을 대표해 선거를 진두지휘하거나, 직접 선거에 나섰지만 여전히 패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선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후보들은 1년 전과 이번 선거에서 왜 또다시 패했는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적어도 대선에 참여했던 주자들은 패배를 겸허히 수용하며 진정한 자성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승자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고 사사건건 발목만 잡았다. 이쯤에서 국민이 기대했던 게 어떤 모습이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인신공격보다는 정책과 인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의 눈높이가 확인됐다. 어영부영 국민을 속일 수 있었던 시대가 지났다. 이번 선거는 향후 정치권이 어떤 자세로 유권자를 대해야 하는지 그 바로미터가 되는 선거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